문학 . 사상

[스크랩] 가랑잎 밝는 소리가 그리웁다.

碧 珍(日德 靑竹) 2014. 11. 11. 07:27

 

 

 

 

                      

 

 가랑잎 밝는 소리가 그리웁다.

 

 

 

 

 

 

한낮의 햇살은 여전히 따사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부는 걸 보니, 그리 춥지도 덥지도 않아 사람이이 살기 좋은 계절인 가을인가 하였더니 피부로 느낌은 벌써 초겨울이 다가오는 듯하다, 늦가을이 깊어 겨울의 길목에 서게 되면 산에 산에 봄꽃보다 더 붉게 물들었던 단풍이 떨어지면서 들녘은 누르게 변하면,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스로 자신을 한번 쯤 자신을 뒤돌아 볼 여유를 가질만한 때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가을이 되면 기온이 떨어지면서 나뭇잎들은 엽록소의 활동은 쇠퇴하고 분해되면서 색소의 노출로 인하여, 붉은색, 자주색이나 노란색, 분홍색, 보라색 등을 나타내며 기후나 토양 등에 따라 형성되는 색소의 양이 달라 여러 색깔로 나타난다고 한다,

 

가랑잎은 활엽수 잎이 단풍이 들기 전까지는 나뭇잎 속의 엽록소는 생명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여주는 에너지의 원천으로, 엽록소는 단순한 원소일 뿐인 탄소를 태양에너지를 빌려 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탄수화물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하므로 생명의 근원이라 하겠으며, 엽록소의 이런 활동이 없으면 식물이고 동물이고 존재할 수 없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가을에 날씨가 청명하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고 낮으면 곱고 진한 단풍이 들면서 나뭇잎은 예쁜 색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여주는 것이나, 나뭇잎이 단풍이 되고 며칠 있다가 잎과 가지사이에 형성된 떨켜에 의하여 떨어지면서 낙엽이 되고 가랑잎이 되는 것이다.

 

집을 나서며 주위를 둘러보거나 먼 산을 바라보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들어가는 모습이 들어오며,아, 올가을도 이제 가는구나!하고 자연스레 한 숨을 쉬다보면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도 서글픔도, 높고 푸른 늦가을 하늘의 맑음도 사각사각 가랑잎 밝히는 소리도 잊어버리고 가을을 만끽하다보면, 가을에 대한 아름다운 감정은 한 순간일 뿐 이내 아쉬움에 잠기며 지난 날 추억들이 밀려오며 그리운 사연들이 어느새 사색의 감정으로 젖어들게 한다.

 

내가 살고 있는 大邱는 한 훌륭한 시장님의 먼 안목으로 푸른 도시 가꾸기 사업으로 천만그루 나무 심기운동의 결과로, 길거리나 골목이나 동내주위나 新川이나 도랑, 그랑(내) 주변에도 많은 나무를 싶어 사시장철 푸르기에 주위가 아름다운 것은 물론이고, 사람살기가 바쁜 가운데도 좋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과 사색을 할 수 있게끔 시민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여주고 있다.

 

가을 내내 쌓이고 쌓인 활엽수의 마른 잎인 가랑잎(fallen leaves)이 썩어 가면서 향긋하고 구수한 냄새가, 마치 된장국에서 구수한 냄새가 풍기듯이 풍겨 가을을 만끽하게끔 느끼던 지난 학창시절에, 조선 후기 문신이자 당대 최고 선비였던 이원조 선생이 세운 만귀정(晩歸停)을 거처 가야산 상봉을 올라가던 그 시절이 새삼스레 마음에 다가오니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하니 나도 가을을 타는 사람인가보다.

 

나뭇잎이 가지에 피어나 봄, 여름, 가을을 거치면서 할 일을 모두 마친 잎은 모든 것을 내주고 떨어지는데,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나이를 더하여 가면서 사람도 나뭇잎처럼 늙어만 가고 그러면 생을 마치고 흙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는 자연섭리의 법칙 되로 사람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부처님 말씀처럼空手來空手去 人生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주 듣는 말로 가을이 되면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라 천고마비지절(天高馬肥之節)이라고 말들을 하는데, 이는 등화가친지절(燈火可親之節)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수학(修學)하는 이는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라는 말이고, 특히 평소에 책을 멀리하던 사람이라도 독서하기에 좋은 계절이 되었으니 책을 읽어 마음의 양식을 마음 가득히 담아 두라는 말이다,

 

가랑잎이란 말만 들어도 늦가을 냄새를 느낄 수가 있으며 더욱이 가을이면 떠오르는 것으로 서릿발이 심한 추위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홀로 꼿꼿하다는, 즉 오상고절(傲霜孤節)의 구절초(九節草)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러기에 또한 귀뚜라미와 이름 모를 풀벌레 울음소리 들리는 밤에 국화 향기 그윽이 취하여, 풍성한 안주가 있는 술잔을 기울이는 계절이라 술을 멀리할 수도 없는 계절이기도 하다.

 

지난 밤 三更 창을 열고 하늘을 보니 달이 휘영청 밝은 밤하늘 더 높이 기러기 줄을 지어 끼륵끼륵 소리 내며 남녁으로 날아가고, 고개들의 바라보니 불현듯 먼 곳에 떨어져 있는 못잊는 딸들과 사랑하는 溫響을 생각하게 되는 계절이 깊어만 가고 있는가보다. 벌써 또 한해가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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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詩 세월이 가면 -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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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벽진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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