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래미를 다녀오며, 守吾堂 마님 고맙습니다.
눈이 나리기 전 봉화 해저 바래미마을 근보님 집인 수오당을 한번 단여 오려고 마음은 가지고 있었으나 그게 그리 되지 않드니, 우리 불교 一柱門 11월 사찰순례 및 정모 행사를 소수서원. 부석사. 수오당으로 가게 되어 자연스럽게 수오당도 보고 수오당 음식의 진수를 맛보게 되었다. 아침 7시30분경에 버스 편으로 출발하여 첫 행선지인 영주군 소재 소수서원과 선비 촌에 희방사에 도착하여 돌아보고, 초겨울의 떨어져 날리는 단풍의 노랗고 붉음과 이름 모를 들풀 꽃을 보며 산새소리 벗 삼아 거닐다 보니 벌써 몸에 싸늘한 겨울 감촉이 와 닿는다. 소수서원 옆을 흐르는 시원스런 물속을 느릿하게 노니는 산천어을 보노라면, 겨울이 깊어 감을 알리는 소나무의 진한 푸름과 단풍잎이 떨어진 앙상한 가지의 나무들이 만산을 이루고 있어 김선숙님이 겨울을 예찬한, “겨울 예찬. 가을은 모든 것을 남김없이 비웠을 때 슬프도록 아름답다 하듯 찬바람 부는 겨울이 아무리 춥다 해도 하얀 눈 내릴 거라는 생각에 어린 소녀처럼 마음 설레죠 추운 겨울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눈 내리는 풍경 그 아름다움 때문에.”라는 시가 생각나며 스쳐 지나간다. 한달 여 만에 나들이를 한터라 소나무 내음과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은 보약 한 사발 먹는 마음이니, 생각나는 사람 있어 마음에 그리움이 떠오른다. 11월 중순이라 만산이 푸르면서 단풍이 들었고 겨울을 차비하는 초겨울 산을 즐기는 인파로 사찰 주위가 아수라장 이며, 5세의 큰 딸아이를 목등 태우고 은행잎을 밝으며 맑은 햇빛을 받으며 부석사를 올라갔던 30대 초반의 자상한 아버지였던 때와 30여 년 전 초겨울 눈보라 속에서 큰딸은 목등 태우고 작은 딸아이는 그 사람이 업고 충남 마곡사를 다녀오던 그때가 연상되어 갑자기 삼십 중반을 넘긴 딸아이가 보고 싶어진다. 시간이 재촉하므로 시원한 산사의 냉수 한 모금으로 다음 행선지에 봉화 해저 바래미 마을로 출발하니, 버스는 어느 듯 수오당에 도착하였다. 수오당은 근래 들어 일부는 개보수를 하였으나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나, 그 규모가 상당하였다, 늘 도시에서 찌든 삶을 하는 우리들로서는 마음이 푸근하여 짐을 느끼게 하였다. 佛敎 一柱門 우리 회우들이 사랑채에 앉자 10 여 가지 넘는 찬에 양반집 전통 비빔밥이 나왔는데, 정결하고 구수한 냄새에다 된장과 고추장을 넣지 않고 봉화 한우고기와 돈배기 등 해물과 산채를 넣은 맑은 국 국물을 몇 숟갈을 떠 넣고 비벼 먹으면 일품의 맛이 나며, 거기에다 조기를 넣고 담은 백김치에다 어리굴젓으로 간을 맞추어 먹으면 옆에 사람 죽어도 모르는 맛이라 우리 회우님들 맛있게 먹었다고 생각된다. 수오당 안방마님의 솜씨는 가 일등이라 소머리나 소 껍데기 등을 솥에 넣고 오랫동안 푹 고아서 파 실고추 통깨 등을 넣어 만든 향토음식인 피편. 잡체에다 감주 흰떡 촌 두부 등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이라 금붕어 마냥 입이 볼록 불룩 공양하였기에 모두들 배가 고생을 좀했을 것이며, 그기에 곁들인 반주는 가 일층 마음을 즐겁게 하여 주었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동심으로 돌아가 회우님들 윳놀이 하는 모습을 보니,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며 나이를 잊고 노는 모습이 모두들 가히 부처님이시다.
하루해가 짧아 이미 서산에 걸린다, 아이들처럼 마냥 즐거운 하루가 석양과 더불어 접어야 할 아쉬운 시간 인가보다. 지난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나며, 그때 같이 놀던 동무들은 간곳이 없고 허허로운 빈 운동장에 서있는 것 같아 내 가슴에 그 동무들 한량없이 그리워진다. 우리 佛敎 一柱門 있어, 부처님의 인연으로 만난 도반들과 함께 와 보고 싶었던 수오당이고, 부처님께 늘 감사하는 마음이 새롭다, 서로가 서로를 즐겁게 하여 줄 수 있는 이 佛敎 一柱門 인연은 어느 산사순례나 세상구경 보다 고귀하고 오래 가져야 할 좋은 인연이라 생각하여 본다. 그러기에 이런 순간에 불자로써 하여야 할일과 하려는 의지가 마음에 와서 자리를 잡는가 보며, 근보 아우님은 제외하고 수오당 안방마님께 우리 佛敎 一柱門 가족을 대신하여 고맙다는 말 재삼하고 하고 싶다. 감사했습니다. 碧 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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