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꿈이여 다시 한 번’하고.

碧 珍(日德 靑竹) 2019. 4. 6. 00:17

 

 

‘꿈이여 다시 한 번’하고.

 


                                                          

 

이른 새벽녘 창을 여니 소리 없이 봄이 살포시 와 있다, 사철 어느 때나 아침은 신선하고 눈이 부시도록 늘 아름답다, 4월이 들면서 코끝에 봄 내음이 진하게 느껴지는 듯 말듯 하드니 산과 들에는 엄동설한을 이겨낸 바람꽃. 복수초가 생명이 싹을 틔우며 앙증맞은 모습을 뒤이어, 매화와 산수유가 세상을 향기롭고 하고 개나리 동백 진달래 벚꽃과 목련이 우리 주위를 오색 수(繡)를 놓고, 철쭉과 목단, 작약이 피어 날 때이면 완연한 봄이다.

 

봄날이 살랑 이는 봄바람 따라 구름 흘러가듯 마음도 봄빛이 지듯 저물어 가니, 봄의 전설이 숨어 있는 봄날의 추억을 향하여 마음가는대로 훌쩍 그렇게 떠나고 싶다. 꿈 많던 학창시절에는 시간이 여의치 않아 그러지 못하였고 삶(인생)이란 바다에 나와서는 시간에다 주위 생활여건이 보태어져 더욱 그러하였었다.

 

겨울가고 봄이 되어 피어나는 꽃과 더불어 거닐다보면 대개의 사람은 시인이 된다고 한다, 그러다보면 사랑이 무엇이며 어디에 있을까 하고 생각하게도 된다,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봄 마음의 빈터에 그리움의 꽃 한포기 심어 놓고 있는 것일까. 유수처럼 흐르는 세월 따라 흘려보내는 애절한 그리움이 사랑이 아닐까.

 

사랑은 그리움을 가슴 깊이 절절히 느껴는 사람의 몫이다, 아니 누군가를 사랑하고 보고픔의 안타까움으로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가진 사람의 몫이다. 사랑의 아픔을 보고픔을 그리움을 애절함을 가진 사람이나, 진솔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하고 적다보니 시인 수필가라도 된 느낌이 드니 웃음이 절로 나오는 자신을 보니 더욱 웃음이 나온다, 이런 삶이 사랑이고 행복이 아닐까 한다.

 

바람결에 실려 오는 봄 내음, 따사한 봄 햇볕, 새소리 그리고 들녘에 파릇파릇 풀잎과 수양버들이 푸르러지면 어느덧 봄은 우리에게 다가와 기다리고 있다. 또한 우리가 모르는 사이 봄이 생명들을 잉태하듯이 끝없이 반복 계속되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언제부터인가 다가오는 새 계절은 아름답고 생동감이 꿈이 꿈틀거리며 일어나는 세월의 간이역(簡易驛)이고, 가슴에 와 닿는 글을 쓰고 남기고 싶고 깊은 사색을 더 깊이 뿌리내리며 기다림 끝에 다다른 희망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사랑이다. 우리 살면서 늘 바라던 일들이 멀리 푸름으로 눈부시도록 물들어가는 봄 山河에 대한 그리움이 기다림이 사라지기전에꿈이여 다시 한 번소리치며 달려가고 싶어진다.

 

우리 사람이 사는 세상은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세상사는 늘 돌고 돌기에 운이 나쁜 사람이 좋은 수를 만날 수 있고 운이 좋은 사람도 어려운 때를 닥치는 것처럼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이다.

 

아무튼 人生事는 塞翁之馬이다, 어쩌면 잘 안 된 것이 잘 된 일인지 모른다는 것으로, 인생을 짧게만 보면 분명 계획대로 안 된 것이 비극일지 모르나, 멀리서 큰 그림 안에서 보면 안 된 것이 더 잘 된 일이었음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일까?, 사람은 하늘에 흘러 다니는 한 조각 뜬구름과 같다고도 하였는데, 아니 나(我)라는 사람은 어떤 존재 일까?, 결국은 때가 되면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일 뿐일까.

 

봄꽃 향기 따라 떠나 이름 모를 산새 풀벌레 울음소리 들리는 밤에 매화 향기 그윽이 취하여 풍성한 안주가 있는 술잔을 기울이며 아끼는 사람과 봄날 밤을 오순도순 보내고 싶어만 진다. 희수(喜壽)를 넘긴 이 나이가 들어서도 이따금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혼자서보다는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라 생각할 수가 있다는 것은 아직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것 아닌가 한다. 문득꿈이여 다시 한 번 백합꽃 향기 속에....꿈이여 다시 한 번 내 맘속에 피어라하고 즐겨 부르던 옛 노래가 떠올라 흥얼거려보는 것은 어인일일까.

 


 

    

                                       

 

* 추신(追伸).

 

   1.‘人間萬事 塞翁之馬란 말은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은 다양한 주제의 회남자(淮南子)란 책을 남겼다. 처세훈을 담은 인생훈(人生訓)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를 요약하면, 옛날 만리장성 변경에 점을 잘 치는 한 노인이 살았는데, 사람들은 그를 새상노인(塞上老人) 또는 새옹(塞翁)이라 불렀다.

 

어느 날 새옹이 기르던 말 한 마리가 오랑캐 땅으로 도망쳤다. 동네 사람들이 위로하자 복이 될지 모른다고 태연했다. 과연 몇 달 뒤 말이 준마를 데리고 돌아오니 이번에는 사람들이 축하했다. 하지만 화가 될지 모른다며 기뻐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노인의 아들이 준마를 타다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고 사람들이 위로하니 또 모르는 일이라 했다. 얼마 지나 오랑캐들이 쳐들어 왔다.

 

마을 장정들이 전장으로 소집돼 열에 아홉은 죽었지만 다리 다친 노인 아들은 면제돼 무사했다. 그러면서 책 말미에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는 등 변화는 끝이 없고 그 깊이는 예측할 수가 없다(복지위화 화지위복 화불가극 심불가측야 福之爲禍 禍之爲福 化不可極 深不可測也)라고 쓰여 있다. 이것을 통하여 길흉화복(吉凶禍福)은 항상 변화가 많아 예측하기 어려우니 한 때의 일로 一喜一悲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2.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故事成語와 四字成語를 혼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故事成語라 하면 말 그대로 옛 성현들의 말이나 책 또는 어떤 일화에서 생겨난 말을 이르는 것으로 반드시 4자일 필요는 없다, 그 한 일례로 우리가 많이 쓰는 말 중에서 칠십살을고희(古希)라고 하는데 이 말도 고사성어로, 이 말은 당나라 詩聖 두보(杜甫)의곡강시(曲江詩)’에 나오는 말로, 마지막 구절에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 예로부터 70살은 드물다)에서 유래되어 현재에도 칠십살을古稀라고 하게 되었다. 또四字成語라 하면 특별한 유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쓰던 말을 한자어로 표기한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