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스크랩] 丁酉年 初 山居를 다녀오며.

碧 珍(日德 靑竹) 2017. 1. 20. 00:50

 

 

 

丁酉年 初 山居를 다녀오며.

 

 

 

 

어머님 山居에 가기위해 일찍이 잠자리에 덜었어나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깨니 사경(四更) 이른 새벽녁 이것저것 생각하는 중,父母恩重經(부모은중경)중에서아버님의 높은 은혜 하늘에 비기오며, 어머님의 넓은 공덕 땅에다 비할손가, 아버지 품어 주고 어머니 젖 주시니, 아기 비록 눈 없어도 미워할 줄 모르시고, 손과 발이 불구라도 싫어하지 않으시네, 배 가르고 피를 나눠 친히 낳은 자식이라, 종일토록 아끼시고 사랑하심 한이 없네라고젖먹여 길러주시는 은혜(乳哺養育恩)에 관한 부처님의 말씀이 이 새벽녘에 이러히도 마음에 자리하였다.

 

어머님을 근참하려 山居에 다녀 온지가 벌써 사개여월 지나다보니 뵙고픈 마음 간절하였답니다, 지난 새벽녘에도 두 분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며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날이 새면 山居에 가리라 마음을 정하고 지새우다 이르게 寓居를 나와 KTX로 산거가 있는 서울로 향하였다.

 

서울역에 도착하니 그 사람이 山居에 동행하려 마중 나와 있어 함께 역사를 나오니 싸락눈이 잠시나마 내렸으나 이내 그치었다, 우리는 경기도 광주 능평리 山居로 한걸음에 달려가니, 잔설이 남아 있으나 날씨가 푹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산거에 오르니 산새소리 흐르는 물소리에다 이따금 지나는 바람소리, 그 모두가 반기는듯하고 어머님이 계시는 곳이라 그런지 산속이 어머님 품안인양 따뜻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며 어린 시절 소풍가듯이 마음은 마냥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산거에 자리하고 그 사람이 산 고운 꽃 한 묶음을 꽃병에 꼽고 소주 잔 올리고 마른 잔디를 돗자리 삼아 함께 절을 올리고 나니 한결 마음은 더욱 편하기에, 이 생각 저 생각에 잠시나마 눈을 감고 조용하게 생각에 잠기어 보는데, 바람결에 실려 오는 겨울내음 따듯한 햇볕 명랑한 새 울음소리 그리고 겨울 날씨에서도 파릇파릇 잔디 잎이 돋는 모습은 山居에 겨울도 벌써 가려는 소리가 들려오는듯 하였습니다.

 

 

 

어머님 산거 앞에 앉으니 아버님께서 살아계실 때에 이따금 말씀하시던孝란 특별하게 부모님께 잘 하는 것보다도, 이웃과 친구,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 어렵게 하거나 폐를 끼치지 않고 마음(情)을 주고, 보시(布施)하는 마음으로 사는 게 孝라고 하셨다하셨는데, 이 말씀이 한 평생 마음속에 살아 있다, 孝란 사전적 의미로는 부모를 봉양하고 마음 편히 모시는 일이며, 孝는 儒敎 德目의 한 가지로 孝를 행하는 道理를 孝道라 한다고 하시었다.

 

 

시간이 한번 흘러가면 다시 오지 않듯이 부모님도 가시면 우리 곁에 다시 오지 않는다, 우리는 父母의 은혜에 대하여는 말로서는 하기가 쉬우나 실행하기에는 참으로 어렵다, 그러기에 孔子는 孝經 天子를 인용하여孝는 百行의 根本이다라고 하셨다, 사람은 누구나 父母의 은혜를 입고 이 세상에 태어나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살아가고, 삶을 마치면 영혼과 육신이 다시 하늘과 땅으로 돌아간다, 그리기에 父母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돌아가는 바탕이요 고향이라 하겠다. 그러기에 사람이 자기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여준 父母에게 孝를 행하는 것은 자식으로는 道理이며 사람으로는 天倫이라 하겠다.

 

사람들은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있으므로 반듯이 父母에게 孝를 실행하는 것이 아닌 반면, 물질에 대하여 탐욕을 부리지 않고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스스로 만족하기 때문에 그 만족을 바탕으로 행복을 만들어 나가므로 물질이나 名利에 관계없이 사람들의 마음은 항상 넉넉하게 되므로 父母에 대한 孝를 잊어버리지 않고 행하는 것이나, 잊어버리는 사람으로 不孝子가 되는 것이다. 즉 사람은 道理에 따르지 않으면 사람이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山居를 뒤로 하고 下山하는 발길은 가볍고 행복하였다, 이것이 사람 사는 보람이고 행복이 아닌가 하니 더욱 즐거운 마음이다. 더욱이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혼자 외로울까 아니 아프기나 할까 하는 고운 마음으로 산거를 올 때마다 동행을 하여주는 그 사람이, 오늘따라 참으로 예쁘고 고마운데도 고맙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하는 심정을 이해하여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어머님께서 雪寒風이 불고 비를 맞고 외롭고 추운 山居로 가신 후부터 하루도 마음에서 잊어 본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낮에는 다소의 화사한 햇빛에 산새들의 울음소리 산짐승들이 놀려오고, 밤에는 맑은 달빛 별빛에 흐르는 계곡 물소리 이름 모르는 풀벌레소리 산바람 소리가 연출하는 협주곡이 어머님의 벗이 되어 외롭지 않으리라 생각하니, 다소 위로는 되오나 늘 옆에 같이 있지 못하는 人間事라 아쉬움은 더하여만 갑니다,

 

下邱하는 KTX 車窓밖에 무심히 내다보니 어머님과 헤어진지가 벌써 12년이지나 가고 있으며, 어머님과 살아왔던 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어머님의 위대한 삶과 사랑이 가슴을 적시게 한다, 특히 어머님께서 치매(癡呆)가 더하여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되므로 팔십 넘은 어머님과 육십이 넘은 兒孩와 단둘이 웃으며 찌지고 볶으며 살아온 마지막 6년 8개월여의 삶은 잊을 수가 없으며, 그래도 우리 母子간은 그 세월들은 참으로 행복하였었다.

 

                향심

 

 

 

 

 

출처 : 벽진산방
글쓴이 : 碧珍(日德. 靑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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