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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자신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자만시(自挽詩)를 읽고.

碧 珍(日德 靑竹) 2015. 11. 29. 18:42

 

 

 

자신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자만시(自挽詩)를 읽고.

 

 

 

 

우리 사람이 일백여년 한 生을 살아가지만 사람들은 이 세상의 주인이 아니고 사람이 千年萬年 사는 것도 아니다, 우리 인생에서 시간은 한번 흘러가면 다시 오지 않은 것과 같이 한 번 잃으면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고 많은데, 놓치지 말고 질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이듯이 사람으로 태어나면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살아가며 좋은 인연(因緣)이든 나쁜 인연이든 만나게 되고, 삶을 마치면 인연들을 놓아두고 영혼(靈魂)은 하늘(天)로 육신(肉身)은 땅(土)으로 돌아간다.

 

이에 옛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을 가상하고 스스로를 애도하며 쓰는 詩로, 죽은 자를 애도하며 지은 눈물로 쓴 詩를 '만시(挽詩)' 라 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죽음을 애도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미리 가상(예견)하고 지은 詩를 '자만시(自挽詩)'라 한다,

 

그 예로 조선시대에 지은 挽詩로 죽은 아내를 절절하게 그리는 秋史 金正喜의 만시, 산운 이양연이 아들을 떠나보내며 지은 만시 등 여러 편이 전하여 오고 있다.

 

자만이라는 제목을 단 것은 아니지만 1486년경 梅月堂 金時習이,

 

나 태어나 사람이 된 바에야,/ 어찌하여 사람 도리 다하지 못했던고?/ 어렸을 적엔 명리 일삼았고,/ 나이 들어선 행동이 갈팡질팡했지

중략

나 죽은 뒤 무덤에 표시할 적에,/‘꿈을 꾸다 죽어간 늙은이’라 써야 하리./ 그렇다면 내 마음을 거의 이해하고,/ 천년 뒤에 이 내 회포 알아주는 이 있으리라

 

고 지은我生(나 태어나)이란 시가 조선 최초의 자만시가 아니겠느냐고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임준철 교수는 말하셨다.

 

1489년 남효온의자만 4장중 제1장 부분을 적어보면,

다만 한스럽기는 사람이었을 때에,/ 참혹하게 여섯 가지 액이 있었다네.얼굴이 못생겨 여색이 다가오지 않고,/ 집이 가난하여 술이 넉넉지 못했네./ 행실이 더러워서 미치광이로 불렸고,/ 허리가 곧아 높은 사람 노엽게 했지./ 신발이 뚫어져 발꿈치가 돌에 차이고,/ 집이 낮아 서까래가 이마 때렸다네.라 적고 있다.

 

1771년 영조조 전주인 문신 이양연(李亮淵)은

一生愁中過(일생수중과)/ 평생 걱정만하다 지내느라

  明月看不足(명월간부족)/ 밝은 달 한번 제대로 못 보았구나!

  萬年將相對(만년장상대)/ 이제부터는 실컷 보게 될 테니

  此行未爲惡(차행미위악)/ 그 또한 그리 나쁘지 않겠지.라 읊은나 죽은 후에라는 自挽詩를 남겼었다.

 

17세기 영남 안동의 학자 유인배가,

죽어서 만사(挽詞)를 받을 수 있을까, 받을 수 없으리니,/ 예로부터 어떤 사람이 만사를 짓는가?/ 하물며 나는 다른 사람에게 구하는 말도 못해서,/ 평생을 자술하여 스스로 내 죽음 전송하네.라고 쓴‘자만(自挽)10수 중 다섯 번째 노래도 전하고 있다.

 

자만(自挽) 혹은 자만시(自挽詩)는 자신의 죽음을 가상하고 스스로를 애도하며 쓴 만시(輓詩)를 말한다, 즉 죽음을 통하여 삶을 조명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결연한 자의식을 드러내는 것이 자만시의 가장 큰 특징으로,내가 쓰는 나의 장송가(葬送歌)가 곧 自挽詩이다.

 

自挽詩란 시를 쓰는 이가 자신의 죽음을 가정하고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독특한 詩 형식으로, 자만시는 자기표현 수단이자 선조들의 죽음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그러기에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자전적 글쓰기는 폭넓게 나타나지만 그중에서도 자만시는 매우 특수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자만(自挽) 또는 자만시(自挽詩)의 유래는 중국 한나라 시대 이후 다른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는만시(挽詩)양식이 오랜 전통을 지니는 데 반하여,자만시(自挽詩)는 송나라 때 시인 도연명(陶淵明)의의만가사(擬挽歌辭)를 최초의 본보기가 될 만한 전형적인 model인 전범(典範)으로 보며, 우리나라에서는 점필재 김종직(金宗直)의 제자 남효온(南孝溫)이 1489년 스승에게 보낸 편지의 별지에 쓴자만 4장자만(自挽)이라는 제목이 처음 나타나고 있다.

 

생각하기에 자만시는 죽음을 통하여 삶을 조명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결연한 자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만시에는 조선시대 사화(士禍)로 죽음의 위기에 처한 문인들이 남긴 자만시를 비롯하여, 현실사회의 부정적 성격에 대한 반면(反面)으로서 쓰거나, 죽음이 두드러지게 표현하거나, 자신의 죽음을 먼저 떠난 혈육과 만나는 것으로 상정하는 자만시들이 많다.

 

‘탁세(濁世) 떠나면서도 / 못내 아쉬워하며 / 뒤돌아보는 마음은

  사랑한 그 사람을 / 두고 가는 / 못잊어 하는 아쉬움 때문이라

  佛土에서도 / 그대 그리워 / 어이 긴 세월 살 수 있으리오.

 

라 지난 9월 10일 일기에 적은佛土에서도 그대 그리워하리.를 적어 봅니다.

 

 

          

 

 

        

    박인환 詩 세월이 가면

        

 

 

 

 

 

출처 : 벽진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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