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너와 함께라면.

碧 珍(日德 靑竹) 2008. 12. 2. 14:14

너와 함께라면. 

 

                  글/ 구름

       


스쳐가는 바람에

꽃 같은 울음 우는

은행나무 되어

서로를 마주볼 수 있다면

비록 빈 가지일지라도

그렇게 살고 싶다


흔적 없이 흩어질

노을빛에

간절한 그리움

모두 담을 수 있다면

텅 빈 가슴일지라도

그렇게 살고 싶다


물기를 뺏겨버린

책갈피의 빛바랜 단풍잎

마지막까지

몸 바스락거리듯

텁텁한 삶일지라도

그렇게 살고 싶다


어쩌면 가는 발길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를

툭 튀어나온

걸림돌처럼

무수히 밟힐지라도

그렇게 살고 싶다


나무와 나무 사이

어둠의 경계를 허물고

닿을 듯

잡힐 듯

스쳐가는 바람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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