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한 밤의 꿈.
香 한 자루 사루어 꽂아 놓고
필화 생각에 눈을 살며시 감다가,
꿈인지 생시인가를 넘어 어슴푸레 보이는 천황산자락
고찰 표충사 절문을 필화와 정남이 자욱 남기며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초 엄동설한 눈이 많이 온 뒷날,
눈을 밟으며 추위 속에서도
당신의 따스한 체온을 느끼며 다녀온 기억이 되 살아난다.
산 깊은 골에 흐르는 물소리 이름 모를 산새의 지저귐이
환상적인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화려하고 장엄하게 들려온다,
아니 라프소니처럼 감미롭게 들려온다.
산이 있어 노송(老松)이 있고,
산이 있어 골마다 흐르는 물이 있음에,
산자수려(山紫秀麗)한 산골에 절집이 있어야 하고,
초라한 절집이라도 수행이 깊으신 스님은 있어야 하며,
경을 독송하는 학승 또한 있고 향 내음에 목탁소리 들리면
더욱 절집에 부처님. 부처님의 자비광명심이 일어
산사 종소리 따라 시방에 은은히 나린다.
문득, 천황산 깊은 골 솔바람 한줄기 그리움 떠 있는 풍경소리는
칠월의 신록과 더불어 삶의 그리움만 자아내고 있다.
필화야... 저만치 산허리에 걸려 있는 흰 구름은
천황산자락 절집 지붕위에도 간간이 시원스레 비를 뿌리는데,
사이사이 햇살이 은은한 향 내음으로
고적한 절집에 한없이 피어오르면,
천년의 그리움이 향 연기되어,
그 속에서 오늘도 소리 없이 영원불멸한 사랑으로 피어 승화한다.
시원한 산바람이 골마다 불어 대면.
절집에는 山竹바람이 일고 산죽 향 내음에
아리따운 반려 필화의 사랑이 봉우리 되어 피고
부처님을 향한 마음은 자비 행복한 꿈속에 잠긴다.
인생사란 긴 여정에는,
늘 세월 따라 八苦의 변화가 있고,
세월이 흐르는 틈 사이에 또한 옛날과 오늘이 만들어 지고,
아름다운 참 인연의 흔적을 간직한 절집에
그리운 사람 필화는 볼 수 없지만,
그의 영혼은 애절하고 아쉬움의 꽃잎 되어,
오늘도 ... 날마다 살포시 피어올라
필화의 머리위에 한잎 두잎 내려 닿으리다.
진한 향 연기에 소스라 눈을 뜨니
필화는 간곳없고
유월의 더운 여름밤은 꿈 이련가,
꿈이라 아쉬워 기다림을 가슴에 남겨 주고 가나보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 이고.
가을가면 겨울이고 또 봄이 온다,
그렇게 한해가 간다,
그러면 마음 다해 기다리는 가슴으로 살아가련다.
천지자연은 말이 없지만,
아름답고 분명하여 합당한데 사람 사는 세월은
왜 이리도 어려웁고마음 아픈가.
지난 여름, 유월 장마 비를 보면서. 碧 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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