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매한 배움(愚學)과 소문(所聞).
사람의 마음은 山이나 江보다 더 험하고, 하늘을 알기보다 더 어렵다(人心險于山川, 難心知川)고 莊子가 열어구(列禦寇)에서 한 말씀인데, 만은 생각을 하게 하는 말이다.
山이나 江은 높고 깊어 쉽게 넘거나 건널 수가 없으나, 山이나 江은 어제나 그 자리에 그 모양대로 있어서 험하기는 하나, 사람의 의지와 지혜를 발휘하면 넘고 건널 수가 있다.
그리고 하늘의 뜻을 알기가 어렵기는 하나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며,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가면 다시 봄이 온다, 그리고 해는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며, 밤 되면 달이 뜨고 별이 뜬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겉만 보고는 헤아리기가 참 어렵다, 그러기에 山 넘고 江 건너며 하늘(天)을 알기보다 험난한 사안이기에, 모름지기 경건하여야 하겠다.
또 사람을 조심하라는 선현의 말씀 중에 안자 춘추외전(晏子 春秋外傳)에
夫藏大不誠於中者, (부장대불성어중자)
/ 마음속에 아주 나쁜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은,
必謹小誠於外,(필근소성어외)
/ 겉으로는 매양 성실한 것처럼 행동한다,
以成其大不誠.(이성기대불성)
/ 이는 마음속에 있는 나쁜 생각을 달성하기 위하여 서다.
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사람은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사는데,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결과를 빚고, 나쁜 사람을 만나며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데, 그러므로 사람을 만나 그와 관계를 맺음에 있어, 그가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를 잘 가릴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 속담에‘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아주 평범한 말이 있듯이, 사람을 사귐에 겉만 보지 말고 그의 사람됨을 조심스럽게 살피고, 이것저것 꼼꼼하게 따질 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한 생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별의 별 소문을 다 듣느데, 듣는 소문은 또 참으로 빠른 속도로 전파되기에, 그래서 우리 속담에‘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표현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소문은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이든, 아니든 이에 책임을 질 사람은 또한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때에 따라서 소문의 내용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래서 소문만 믿고 행동하였다가 크게 곤욕을 치르는 수가 있고, 소문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남보다 한발 앞서 행동하므로 크게 이득을 볼 수도 있기에, 소문은 약이 될 수도 있으나, 때에 따라서 독이 될 수도 있으니 잘 살펴야 들어야 한다.
聞以審, (문이심) / 떠도는 소문이라도 듣고 살피면,
則爲福矣, (즉위복의) / 복이 되지만,
聞以不審, (문이불심) / 소문을 듣고 이를 살피지 않으면,
不若無聞矣. (불약무문의) / 듣지 않음만 못하다.
라고 한, 여씨춘추 찰전( 呂氏春秋 察傳)에 있는 말도 생각난다.
아울러 지피지기(知彼知己)란 말이 있듯이, 지난 해 구시월이 떠오르는데, 우매한 가르침을 늘 하는 사람도 무엇인가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으니 머리를 십분 굴려대고 있는 듯하다.
또 요즈음 시세말로 전략에다 전술까지 여히 바꾸어 새로운 놀이판을 벌리려하고 있는데, 그래도 그물에 다년간 쪄들은 이들은 깨우치지 못하다 보니, 홍위병과 유사한 짓거리를 하게 되고 이를 보는 이로 하여금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고 있으니, 그래서 우리 사람에게는 감정보다는 진정성과 정체성(正體性)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끼게 하는구나.
안자(안영)의 묘
碧 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