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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와 '씨×'의 차이

碧 珍(日德 靑竹) 2008. 12. 1. 06:18

 '씨~'와 '씨×'의 차이
                                                                   

                                                박돈규 기자(조선일보)

▲ 국감장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유인촌 장관.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지난 6일 국정감사 첫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의 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가벼운 설전을 벌였다. 이종걸 의원이 유 장관을 "(이명박 정부의) 실세 장관"이라고 부르자 유 장관이 손사래를 치듯 "실세라니요. 이종걸 의원께서 저를 허수아비 장관이라고 하셨잖아요"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이건 '예고편'에 불과했다.

그 뒤로 보름하고도 사흘이 지나 국감 마지막 날인 24일. 이종걸 의원이 "국민 사기극으로 정권 잡은 이명박… 장관, 차관, 공공기관 낙하산 대기자들 모두는 이명박 휘하다. 졸개들…"이라는 발언을 해 정회 소동이 빚어졌다. 화가 난 유 장관은 사진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리자 "찍지마 씨~, 성질이 뻗쳐 정말…"이라고 '막말'을 했다.

유 장관의 이 부적절한 발언은 대부분의 언론에서 "××(욕설)"로 처리돼 보도됐다. 관행상 신문보도에 '××'로 생략되는 표현은 육두문자(肉頭文字)에 가까운 욕설일 경우다. 방송도 부적합하다는 뜻으로 이 대목의 발음을 지운 채 방영했다. 일부 보도대로라면 그는 '씨'라는 발음 다음에 심한 욕설에 해당하는 글자를 뱉었으나 차마 활자화하지 않았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유 장관은 최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억울하다"고 했다. "보도된 것과 달리 난 '씨×'이라고는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관련 동영상을 10번 넘게 돌려보면서 들었는데 '씨~'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유 장관은 '욕설 파문'이 커지자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께 사과하고, 국회 사진기자단을 별도로 방문해서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그냥 '씨'였는지 아니면 욕설인 '씨×'였는지는 분명하게 가리고 싶었던 것 같고, 그것만큼은 억울했던 모양이다.

물론 어느 쪽이든 국감 현장에서 문화부 장관의 발언으로 부적절하긴 마찬가지다. 다만 '씨~'와 '씨×'은 분명히 성격이 다른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상규 국립국어원장은 29일 통화에서 " '씨×'은 욕이고 '씨~'는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내뱉는 관습적 말투"라며 "내가 듣기에도 '씨~'인데 잘못 보도되며 욕으로 확대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규 원장은 국감장에서 나온 말들에 대해 "참 답답했다"면서 "(의원들을 포함해) 국감장에서 쓰는 언어의 논리와 품격이 그 정도라면 일반 국민은 불문가지(不問可知)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원장은 "우리 사회가 너무 먹고사는 쪽으로 몰입해왔기 때문"이라며 "지식 기반, 독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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