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는데.
옛 사람들은 장마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였을까, 조선 중기의 학자 高峯 기대승(奇大升)은 주 선왕이 가뭄을 만났을 때를 논함(周宣遇旱論)이란 글에서, 陰陽의 기운이 혹 고르지 못하여 양이 높고 음이 부족하면 가뭄이 들고, 음이 방종하고 양이 침체되면 장마가 진다고 말하였다고 전한다.
바람이나 비가 사람에게 利로움을 가져다주기도 하나, 때로는 큰 害로움을 끼치기도 하지만, 사람은 바람과 비에 대하여 특별하게 고마워하거나 원망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바람이나 비가 하나의 자연현상으로 보기에 그냥 그렇게 늘 있는 것이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때문이지만, 바람과 비는 이를 잘 다루는 사람에게 큰 이로움을 주기도 적게 해로움을 주기기도 한다.
관자 형세해(管子 形勢解)에 이런 말이 있는데 재미있는 글이다.
風,漂物者也, (풍,표물자야) / 바람은 물건을 불어 날린다, 風之所漂, (풍지소표) / 바람이 불어 날림에 있어, 不避貴賤美惡.(불피귀천미악) / 귀하고 천하고 곱고 밉고를 가리지 않는다. 雨,漂物者也, (우,표물자야) / 비는 물건을 적신다, 雨之所墮, (우지소타) / 비가 내릴 때 있어서는, 不避大小强弱.(불피대소강약) / 작고 크고 강하고 약한것을 가리지 않는다.
즉 바람은 우주공간에 가득하여 부는 방향이나 강약이 일정하지 않으며, 그리고 비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림에 장소나 수량이 일정하지 않아 더러는 피해를보고 장마가 될수도 있는 것이다.
장마는 여름철에 오랫동안 내리는 비를 말하는데, 장마는 한자로 괴로운 비라는 뜻으로 고우(苦雨)라고도 하며, 계곡(谿谷) 장유(張維)가 고우(苦雨)라는 시에서 석 달 가뭄은 오히려 견디지만/ 사흘 비는 감당하기 어렵다(三月旱猶可/三日雨難堪)라고 읊은 것이 이를 말하는 것이며, 또한 서우(暑雨). 적우(積雨). 음림(?霖). 임우(霖雨)도 장마라는 뜻으로 쓰인다.
문제는 장마라고 하는 말의 유래를 국어사전을 찾아보아도 한문 표기가 없는 순수한 우리말인 것으로, 왜 장마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고 장마라는 말은 과연 언제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며, 그 본래의 뜻과 유래는 무엇일까? 이다.
그러기에 장마에 대하여 우리말의 성립과 유래를 30년 동안 외곬으로 추적해온 강상원(姜相源)박사는,‘장마’라는 말과 뜻은 고대 산스크리트어에서 왔다는 것이며,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발행한 산스크리트어 사전 428쪽을 보면‘장’(jhan)은‘noise of falling rain, rain in large drops’라고 나며,‘마’(ma)는‘장’을 명사화하는 어미로, 이 둘을 합하면 장마(jhan ma)이고, 이는 비가 떨어지는 소리나, 큰 방울로 떨어지는 비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 하는데, 이 말은 우리가 현재 쓰는 말과 부합되므로 관심이 더해가는 해석이다. (조용헌 글참조)
그런데 일본에서는 바이우(梅雨)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메이유(梅雨)라고 부르기에 이름이 우리와 다르다. 중국과 일본이 발음은 약간 다르지만, 한자의 뜻은 같으며, 양국 모두 매화(梅花)의 매(梅)자를 쓰는데, 일본이나 중국에서 장마를 매우(梅雨)라고 이름 지은 이유는, 장마는 매화의 열매인, 즉 이맘때쯤이면 매실이 익을 무렵에 내리는 비이기 때문이다.
장마를 苦雨라고도 하는 것은 괴롭다는 뜻이기에, 우리 전래 속담에, 가물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속담은 가뭄은 농사만 망치지만, 장마는 농사뿐만 아니라 생활 터전과 인명까지 살상하므로 더 무섭다는 뜻이다.
그래서 茶山 丁若鏞은 ‘장맛비를 한탄함(苦雨歎)’에서,
苦雨苦雨雨故來, / 장맛 비 장맛 비 비가 자꾸 내려 白日不出雲不開. / 해도 뜨지 않고 구름도 안 걷히네. 라고 장마의 괴로움을 노래했다.
그러나 우리는 여름철 걱정은 장마만이 아니라 또한 가뭄도 장마와 더불어 걱정하여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조선조에는 가물 때는 기우제(祈雨祭)를 지내고 장마 때는 기청제(祈晴祭)를 지냈는데, 도성의 남문인 숭례문(崇禮門)과 북문인 숙정문(肅靖門)은 가뭄이냐 장마냐에 따라 명운이 엇갈렸다.
그런데 유월 장마에는 돌도 큰다는 속담처럼 적당한 비는 풍년을 보장하였으나, 그러기에 세상만사 모든 것이 지나침은 좋은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장마를 통하여 알아야 할 것이다.
여담으로 장마를 음우라고도 하는데, 장마 음자는 비 우(雨)자와 음란할 음(淫)자의 조합이니, 음기(陰氣)의 결과로 본 글자이고, 그래서 승려들이 여름에 90일 동안 집중적으로 수련하는 하안거(夏安居)를, 우안거(雨安居)라고도 하는 이유는 수련 기간에 장마철이 끼어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원문, ever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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