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醉雲 仁兄의 漢詩를 읽으면서.

碧 珍(日德 靑竹) 2019. 7. 14. 10:16

 

 

醉雲 仁兄의 漢詩를 읽으면서.

 

 

            

 

(1).

더위가 시작한다는 소서(小暑)를 지나며 비가 질금질금 잦더니 初伏날도 비 온다는 소식과 더불어 30도를 넘어 오르락내리락 후덥지근하니 여름인가 하는 마음이다. 열흘후면 中伏이 오듯이 일 년 365일 안에서 세월은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돌고 도는 것이 자연섭리인 세월인 것이다.

 

醉雲 仁兄, 우리 餘生이 많지 않다는 것을 醉雲은 自作 漢詩추소리유정(湫沼里遺情)셋째 연(聯)인道遠催日暮(도원최일모)에서길은 멀고 해는 저물어 갈 길을 재촉하는데라며, 살아 온 지난날보다 짧게 남은 인생이 못내 아쉽다고 스스로 말하지 않았는가, 벌써 어언 칠십 일곱이 되었다보니 문득 문득 떠오르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마 2017년 9월 말경 칠곡 소재 한 대포집에서 중고등학교 동창 醉雲 金完照 仁兄과 구수한 입담에 자기수련에 대한 사연을 애기와 더불어 맛있게 술잔을 기울이다 佛者인 그에게 준화생연(火生蓮)이란 판각(板刻)작품에 이어 自作漢詩山村春日에다, 반년여 넘어 보내어 온 漢詩추소리유정(湫沼里遺情)은 선물 중 선물이라 기쁜 마음으로 한숨에 읽었던 기억이 체 잊어지기도 전, 이어 준人生又春盡(우춘진. 또 봄이 끝나는 구나)두首를 독송(讀誦)하니, 그동안 醉雲이 어려운 시간을 내어 열심히 공부하였구나 생각하니 부러웠었으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선물로 漢詩나 板刻을 주는 것은나를 생각하여 달라, 나를 잊지 말라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제 初伏 이틀 전 오래만 醉雲과 더불어 칠곡 한 대포집에서 만나 소주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지나온 날들과 가정. 자식 등 이야기를 하다가, 불숙 漢詩회억(回憶)高句麗와 號醉雲작명 이력에 대한 글과 혼돈(渾沌)과 반고(班固)에 대한 莊子應帝王篇의 寓話, 古朝鮮文明 탄생기원 등 그동안 공부하여온 수편의 글 복사 분을 주기에 받아와 열심히 읽고 있다. 

 

    靑山依舊 自花開,(청산의구 자화개)

                      / 청산은 옛날 그대로 인데 꽃도 스스로 피었네,

      潺潺漀聲 雲裏來,(잔잔경성 운리래)

                      / 졸졸 술 따르는 소리 구름속에서 들려오네,

      不忘佳人 何在處,(불망가인 하재처)

                      / 잊지 못하는 아름다운 사람 어디에 살고 있는지,     

      何時再遇 與傾杯.(하시재우 여경배)

                      / 어느 때 다시 만나 함께 잔 기우릴 수 있을까.

 

라고 醉雲 仁兄이 이번에 준회억(回憶)이란 自作詩이다.

 

醉雲 仁兄, 붙인 詩題회억(回憶)이란 말은돌이켜 추억한다는 말이 아닌가, 사람들은 지나간 일들이 삶에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마냥 기억에서 잊어서는 아니 되는데도 자꾸만 지나간 일들을 멀리 하려 하는데, 醉雲은 잊혀져가는 시간을 時空 속에서 살아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한결 여유로움을 찾으려 하는가 여겨진다.

 

醉雲 仁兄, 어언 우리도 喜壽가 되었으니 바람 한 번 불고 자고나면 팔순이라 너도나도 얼굴에 주름이 끼고 몸은 쇠약하여 변하여도, 자연은 옛날 그대로라 변하지 않고 꽃피우고 산새 우지지어며, 구름위에서 술 따르는 소리 들려온다니 태평세월이라기보다 마음은 속세를 떠나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로우며 편안한 삶을 살고 있다는 심정을靑山依舊 自花開, 潺潺漀聲 雲裏來 그렸다고 하겠다.

 

이어 醉雲은, 마음이 속세를 떠나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롭다고 표현하지만不忘佳人 何在處에서, 지난 살아온 날보다 짧게 남은 인생이 못내 아쉬워하며 좋아하였던 그리워하였던 사람을 못 잊어 그 옛날 醉雲의 애틋한 연정의 사연들이 글귀 하나하나 속에 숨어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醉雲 仁兄, 끝 연(聯)何時 再遇 與傾杯에서다시 만나 함께 잔(盞) 기우릴 수 있을까하고 아쉬워하는 마음은, 우리 餘生이 많지 않다는 것을 醉雲 스스로가 말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네, 우리 인생길에서 마음으로 동행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삶이라고들 한다네. 

 

醉雲 仁兄, 사람의 삶이란 강물 따라 세월이란 바람 따라 흘러가듯 우리 삶은 때로는 순풍도 태풍도 격랑도 졸졸 시냇물도 만나듯이, 우리 삶도 기쁨과 슬픔과 애처로움과 즐거움을 만나면서 살아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라, 되돌아보니 백수풍진세상을 벌서 외길 칠십칠 년을 살고 있다 보니, 세상사 인간사 쉬운 삶이라기보다 어렵고 세월에 끌려 살아왔다는 회한(悔恨)이 휴복(休福)보다도 가득하니 하잘 것 없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나 하고 생각이 든다.

 

醉雲 仁兄, 누구는 사람의 一生을 千里馬가 문틈사이를 지나가는 것과 같다고 하였고, 또 누구는 바닷가에 한 톨의 모래알과 같다고 하였으며, 때가 되면 자연스레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라 하였습니다. 醉雲, 더위가 수그러들면 주말이나 서늘한 바람 이는 날 길옆에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오곡이 익어가는 들녘에 연보라 九節草나 들국화가 피어있는 山河 오솔길을 바람에 햇살을 받으며 걸어 자연과 더 가까이 가보도록 시간을 가져보지 않으렵니까.

 

 

                  

 

   

 

(2).

醉雲 金完照 仁兄이 作號를 지으면서,

 

창천(蒼天)은 유원(悠遠)한대 靑雲은 어디메냐,

  작일(昨日)은 만안(脕顔)이드니,

  어느 듯 半白의 처진 어깨 虛虛로운데,

  世事는 有限하고 人情은 無常이든가,

  가주(佳酒)에 벗이 있어 초려(草廬)에서 꿈을 꾸었네,

  묻노니 여상(呂尙)에게 위수(渭水)에서의 七十을

  창랑(滄浪)의 물이 탁(濁)하니 漁夫는 西山에서 노래하네.

 

  오늘은 홀홀(忽忽)히 뜻을 접고

  굴신(屈身)하여 수분(守分)하며

  옛 사람의 香氣에 醉하여 때론 初地를 밟아

  法雲도 바라보고,

  아직 화정(華亭)의 학(鶴)울음 청아(淸雅)하니

  일편(一片) 부운(浮雲)으로 자적(自適)하리라.

                             丙子(1996년) 冬至. 醉雲.

 

라 노래하며 號를醉雲고 하였는데, 과연 醉雲다운 사람냄새가 물씬 나고 情이 흐르는 고운 號가 아닌가 하며, 그간 오래 세월동안 醉雲이 어려운 시간을 내어 열심히 공부하였었고 연마하였다는 생각이 들어 머리 숙여진다. 

대체로 號는 사는 집이나 마을 또는 山이나 河川(江) 등을 가지고 짓는 등 作號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는 듯하다, 그러기에 尊名 思想의 유물인 字와 號를 40세가 넘으면 號를 하나 가지는 것도 좋은 일이라 하겠다.

 

號는 본명이나 字 이외에 쓰는 이름으로 허물없이 쓰기 위하여 지은 이름으로 비슷한 말로 別名을 말하며, 雅號(아호)는 문인이나 예술가 따위의 號나 別號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또 字는 本名외에 부르는 이름으로, 예전에 이름을 소중히 여겨 함부로 부르지 않았던 관습이 있어서 흔히 관례(冠禮) 뒤에 본이름 대신으로 불렀다.

 

禮記 曲禮에 男子는 20세가 되면 머리에 관(冠)을 쓰는 관례를 하고 字를 지으며, 女子는 혼인을 약속하며 비녀를 꽂는 의식인 계례(笄禮)를 하고 字를 짓는 다고 쓰여 있는데, 字를 짓는 것은 그 이름을 공경하여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호(號)를 짓는 방법에 대하여, 字는 次修. 在先, 號는 楚亭. 위항도인(葦杭道人) 朴齊家와, 字는 무관(懋官) 號는 형암(炯庵). 청장관(靑莊館) 李德懋의 문답이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나오는데, 가장 흔한 방법은 자신이 태어나 故鄕의 地名이나 山 이름 또한 자신이 오래 동안 살아왔었던 지역의 地名을 따서 짓는 方法이라 적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그 사람을 오래 동안 지켜본 친구나 선배 또는 스승이, 그 사람의 특징적인 기질을 잡아내어 이를 號로 짓는 방법이 있으며, 또 다른 방법은 그 사람의 기질이 음양오행상으로 보아서 어떤 부분이 많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먼저 파악하여, 강한 부분은 눌러주고 약한 부분은 보강하여 주는 陰陽五行法으로 짓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