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스크랩] 잔치국수.

碧 珍(日德 靑竹) 2016. 10. 19. 02:00

 

 

 

잔치국수.

 

 

 

(1).

사람은‘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하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어렵다, 아무턴 한국 사람들은밥심(밥힘)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밥 대신 한 끼 식사로 허용되는 음식이 바로 국수다. 그러기에 사람들이 만나면 하는 인사가밥 먹었니?’‘식사하셨어요?’‘밥 한번 하자?고 들 한다.

 

이따금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즐겨 먹는데 특히 잔치국수를 좋아한다, 국수 중에서 멸치와 갖가지 재료를 끓여 우려낸 개운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잔치국수와 중국 된장에 물과 전분을 섞고 고기와 채소 따위를 넣어 볶아 만든 양념을 밀가루 국수에 비벼 먹는자장면은 마다하지 않고 한 그릇을 다 비운다, 지금 기억으로 유년시절 초등학교 다닐 때는 아파 학교에 못 간다며 누워있을 때도 자장면 사준다면 벌떡 일어나던 그 시절 자장면 맛을 생각하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국수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음식으로 오늘날은 손쉽게 접하고 자주 먹는 음식이지만 예전에는 귀한 음식 중에 하나이었다, 그래서 생일, 회갑연, 혼례 등 경사스런 날 먹는 특별한 음식이 잔치국수이다.

 

국수가 잔칫집의 대표음식이 된 것은 길 다란 면발이장수(長壽)의 뜻을 담고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지만, 또한 귀한 밀가루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잔칫날(결혼식) 국수를 대접하는 것도 신랑 신부의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뜻도 담고 있다.

 

그러기에 흔히언제 국수 먹여줄 거야고 묻고 말하는 것은언제 결혼할 거냐고 물을 때에 자주 쓰는 말이다, 즉 잔치집(결혼식)에 갈 때 국수 먹으러 간다고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잔치에 예로부터 국수를 대접하였던 것이 유래가 되어 오늘날 잔치국수로 불리게 되었다.

 

옛날에는 밀가루가 매우 귀하였기에 우리 선조들은 메밀 등을 이용하여서 국수를 만들어 먹었었다. 그러나 국수 가락이 끊어지지 않고 길게 가늘게도 뽑히는 것은 밀가루보다 나은 게 없었다, 잔치국수는 귀한 밀가루를 사용하여야 오래오래 명이 길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되돌아보면 잔치국수는 마을 잔치 때 모두가 어울려 들뜬 잔치분위기에서 먹어야 제 맛이고 최고의 맛이다. 가마솥에 장국을 끓여내 국수사리를 말아먹는 맛이야 말로 비할 바 없기에, 이때의 맛은 어느 음식과도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일품이다. 또한 잔치국수는 술술 넘어가는 그 맛도 좋지만 육수의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입맛을 당기므로 오늘날 우리생활 속 깊이 자리 잡게 된 음식이 국수이다.

(2).

국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베트남 등에서도 많이 먹으며 젓가락 문화의 발달을 가져왔었고, 일상 식(食)뿐만 아니라 혼례식 때나 여름철 더위를 피하는 음식으로도 즐겨 먹히고 있다.

 

국수(. noodle)란 밀(麥)이나 메밀. 감자 등의 가루를 반죽하여 얇게 밀어서 썰든가 국수틀로 가늘게 뽑은 식품 또는 그것을 삶아 국물에 말거나 비벼서 먹는 음식을 말하며, 한자어로는면(麪)’‘면자(麪子)라고 하며, 국수는 대체로 서울 이남지방에서 많이 먹는다.

 

국수를 맛있게 만들려면 무엇보다 국수사리를 잘 뽑아야 하며, 국물, 꾸미, 고명을 잘 만들어야 한다. 국수의 재료로는 주로 메밀. 콩. 녹말 등이 쓰이고 부재료로는 수수. 물쑥. 꿩. 닭고기. 달걀 등이 쓰이고 있어 국수 문화가 다채롭게 발달하였음을 알 수 있다. 국수에 쓰이는 국수꾸미는 삶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고기꾸미나, 무. 김치. 생나물 등의 채소꾸미 등이 쓰인다,

 

또 국수국물로는 장국. 오미자국. 참깨국, 꿩. 닭고기국물 등이 쓰인다, 국수에는 밀가루만으로 만든 밀국수와 메밀가루와 녹말을 혼합하여 만든 메밀국수, 밀가루와 녹두녹말을 혼합하여 만든 녹말국수 등이 있으며, 국수 종류로는 냉면. 더운국수. 회국수. 비빔국수. 칼국수. 쟁반국수. 볶음국수 등의 다양한 종류가 있다.

 

국수에 대하여고려도경食味十餘品而麪食爲先이란 기록이 있는데,10여 종류의 음식 중 국수맛이 으뜸이다라는 말이 나오고,‘고려사예조와 형조에서제례에 면을 쓰고 사원에서 면을 만들어 판다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고려시대에도 국수가 있었을 뿐 아니라 상품화되었음을 알 수 있으나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고려시대의 국수(麪)가 어떤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또 국수에 대하여 조선시대에는음식디미방’‘주방문(酒方文)’‘증보산림경제’‘요록(要錄)’‘옹희잡지(饔9雜誌)등 많은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고려도경에 의하면 고려에는 밀(麥)이 귀하기 때문에 성례(成禮) 때가 아니면 먹지 못한다고 하였고,‘고사십이집(攷事十二集)에서는 국수는 본디 밀가루로 만든 것이나 우리나라에서는 메밀가루로 국수를 만든다고 한 것을 볼 때 중국의 국수와는 달리 우리나라 국수의 재료는 밀가루에 한정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요리서인음식디미방에는 달걀을 밀가루에 섞어 반죽하여 칼국수로 하여 꿩고기 삶은 즙에 말아서 쓴다(暖麵法)고 하였었고,‘시의전서(是議全書)에는 탕무우를 넣은 고기장국에 국수를 토렴하여 말고 잡탕국 위에 웃기를 얹는다(溫麵法)는 기록으로 보아 국수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음식임을 알 수 있다.(*토렴(退染); 밥이나 국수 따위에 따뜻한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며 데움)

 

또한 국수를 만들 때 쓰이는 국수틀이 조선 중기 이후에 사용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국수집에서 국수틀로 만든 국수를 사리를 지어 싸리채반에 담아 판매하였었다. 1900년대 이후에는 회전압력식 국수틀이 개발되어 밀가루날국수를 말린 건조밀국수가 보급되기 시작하였고, 1945년 이후부터는 수입밀가루가 많아지면서 여러 가지 밀국수요리가 일반화되어 오늘날에 이렀었다.

 

국수요리는 더운 장국에 만 국수장국(온면.溫麵), 밀가루를 반죽하여 방망이로 얇게 민 다음 칼로 가늘게 썰어서 만든 칼국수. 콩가루를 섞어 만든 국수에 은어 회를 고명으로 얹어 만든 건진국수. 차게 해서 먹는 국수의 한 가지인 냉면(冷麪). 국물은 없이 고기나 나물 따위를 넣고 양념하여 비빈 비빔국수 등이 있으며, 그 종류에 따라 재료 및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

 

국수장국은 녹두녹말에 밀가루를 섞어 익반죽하여 국수틀에서 뽑아 삶아서 만든 국수를 양지머리의 육수나 쇠고기 맑은 장국에 말고 다진 쇠고기볶음이나 편육. 알지단 등을 고명으로 얹은 것이다.

 

칼국수는 밀가루를 차지도록 반죽하여 얇게 밀어 가늘게 썬 후, 쇠고기장국이나 닭고기장국 등에 넣고 끓인 것이다.‘건진국수는 칼국수와 같이 만든 국수를 끓는 물에 삶아 건진 다음 여러 차례 찬물에 헹구어 맑은 장국에 말고, 애호박볶음. 오이볶음. 쇠고기볶음. 알지단(계란채)등의 고명을 얹어 만든다.

 

냉국수로 할 때에는 국수국물. 고명을 모두 차게 식힌 다음 말도록 하며, 비빔국수는 메밀국수. 밀국수. 건진국수 등 어느 것으로나 만들 수 있으며, 쇠고기볶음. 이나물. 호박나물. 미나리볶음. 표고버섯볶음 등을 계절과 기호에 따라 준비하여 국수와 갖은 양념으로 비벼 만든다.

 

냉면은 메밀가루에 녹말을 섞어 만든 국수를 쇠고기육수, 닭고기국물 또는 동치밋국, 시원하게 익은 배추김치국물, 동치밋국과 육수의 혼합물 등을 차게 식혀 말고 오이채. 배채. 편육. 동치미무 등을 얹어 시원하게 만든다. 여름철이면 별미로 즐겨 먹는 국수가 냉면(冷麪)이다, 냉면의 재료인 메밀은 서울 이북지방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으며 냉면은 서울 이북지방 음식으로 특히 평안도지역의 명물음식이다. 특히 함흥식 비빔냉면은 육회나 홍어회 등을 함께 넣고 맵게 비비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우리나라는 풍토상 밀의 산출이 적었으므로 국수는 잔치음식 또는 별미음식으로 쓰였고 주로 점심 식사용으로 쓰여 왔었다. 햇 밀을 수확하는 초여름이면 햇밀가루를 반죽하여 얇게 밀어서 가늘게 썰어 만든 칼국수를 시식으로 먹었고, 겨울이면 찬 육수나 동치미국에 메밀국수를 만 냉면을 계절 별식으로 삼아 즐겨 먹었다, 그러기에 지금도 국수는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하빈 동곡 원조 할매국수집과 국수골목

(3).

국수는 사철 언제 먹어도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이다, 특히 여름이 뜨거운 大邱 사람들의 국수사랑은 대단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덥기로 소문난 대구는 전국에서 국수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수의 본고장이라고 한다.

 

대구는 분지에 자리하고 있어 매우 덥고 습기가 적어 국수 생산에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그러기에 제분. 제면 기계도 가장 먼저 도입하였다고 하는데 풍국면, 별표국수, 곰표국수, 소표국수 등 국내 대표 국수회사들이 대구 지역에 자리를 잡으면서 전국 국수생산량의 절반을 넘기도 하였었다, 자연건조 방식에서 탈피한 국수공장들이 차츰 대구를 떠났지만, 73년의 역사를 지닌 풍국면은 여전히 대구가 국수 지존임을 알리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지역마다 특색 있는 국수들이 있는데, 제주의 고기국수를 비롯하여 전남의 팥칼국수, 부산의 밀면, 정선의 콧등치기국수, 의령의 메밀국수, 창녕의 수구레국수 등등 저마다 독특한 맛을 자랑하고 있으며, 특히 국수의 본고장 대구의 국수는 대구10미(味)에 속하는누른국수로 경상도식 칼국수의 애칭이다.

 

大邱 10미(味)에 속하며 慶尙道식 칼국수의 애칭인누른국수는 밀가루에 콩가루를 조금 섞어서 반죽한 뒤 얇게 밀어 가늘게 채 썰고, 멸치에 다시마, 양파, 무, 대파 등을 넣어 우려낸 시원한 국물에 애호박과 여린 배추를 넣어 끓인 다음 김 가루나 달걀의 흰자위와 노른자위를 따로 풀어서 번철에 얇게 부친 지단(鷄蛋) 등을 고명으로 올려 만든 국수로, 시원하고 담백한 맛에 영양까지 더하고 있으니 훌륭한 한 끼가 되는 식사이다,

 

특히 300여 개의 국수가게가 빽빽하게 늘어선 大邱 대신동 西門시장 국수골목에 가면 누른국수를 먹으려는 사람들로 늘 북적이는 모습은 대구 사람들의 국수사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대구에는 유명한 누른국수집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시내에서 40여분 거리 외진데 있어도 즐겨 찾아가던 달성군 하빈면 동곡리에 있는 국수집으로, 직접 밀어 장작불에 끓여내는 60여 년 동안 4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국수 종가인원조동곡할매손칼국수는 대구를 대표하는 국수 종가이다. 국수 한 그릇 먹으러 가기에는 제법 먼 길이지만 식당 마당으로 들어서면, 아궁이에 이글이글 장작불이 타고 있는 커다란 솥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정감 나는 국수집이다, 이 집 국수는 시골 외할머니가 끓여주시는 그 국수 맛으로 새벽부터 반죽하고 밀고 썰어 숙성시켜서 끓여내는 국수지만 먹을 때는 눈 깜짝할 새에 한 그릇 뚝딱하게 되는 수수한 그 맛이 자랑이다. 지금은 五日장도 사라지고 골목도 넓어졌지만 국수 맛은 변함없다.

 

대구에는 줄을 서서 먹는 특별한 국숫집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중동의 지산골가마솥국밥집의 육국수와, 북구청 건너 국수마을의 잔치국수, 봉무할매묵집의 묵국수, 칠성동할매 콩국수, 온천골과 진골목식당의 육국수 등이 소문나 국수집들이다.

 

 

동곡원조할매국수

                   

 

 

 

 

출처 : 벽진산방
글쓴이 : 碧珍(日德. 靑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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