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정상
꿈에도 그리운 故鄕山川.
성주천
근래 들어 세월 탓인가 나이 탓인가 잠자리에 들면 어린 시절을 보낸 故鄕山川이 소꿉(불알)동무 竹馬故友들이 자주 나타나고 그립고 보고파진다.
흰 찔레꽃이 온 들과 防川 둑에 피고 온 백성이 굶주림을 걱정하는 보릿고개가 어김없이 다가오는 봄(春)이면,
山과 들에 나물 캐는 아낙네와 여자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뫼 가에 붉은 할미꽃과 연분홍 보랏빛 참꽃(진달래)따려 해매이고 들에 파릇파릇한 풀들의 새싹이 돋고 나면,
山과 들녁은 완연히 푸르고 녹음(綠陰)이 짙어 가면 여름이 찾아오고, 앞 시내가 수양버들이 연 녹색 가지를 물위에 드리우고, 뒷골 못으로 고추를 내어 놓고 미역(수영) 감으로 다니며 수박서리도 하며 즐거워하던 불알동무들이 그리웁고 보고파진다.
연보라 빛 흰 들국화가 들녘에 내음을 널리 휘날리고 논밭이 누렇게 빛을 발하며 나락(벼) 밀이 머리가 무거워 고개를 숙이는 가을이 오면,
논두렁이나 밭두렁에서 남몰래 양대(콩의 일종). 누렁호박과 밀 싸리에다 능금서리 하던 그 시절도 잊을 수 없이 회상되고 한다,
어느 날 자고나면 온 天地가 흰 눈으로 덮이고 초가 처마 끝에 고드름이 열리며 입에서 하얀 김이 나는 겨울이 되면,
물을 가득채운 논으로 못으로 썰매를 지치다가 논두렁 가에서 짚불을 놓아 시린 손을 쪼여 녹이던 그 시절 죽마고우들이 그립 다네 보고 싶어진다.
오늘 이 새벽에도 故鄕山川이 눈에 선하며 마음속 깊이 故鄕山川과 죽마타던 동무들이 가슴 가득이 와 담긴다.
우리 집은 우리가 放學을 끝내고 大邱집으로 갈 무렵 이틀 전쯤이 되면, 으래 아버님 어머님이 이른 아침에 큰 대청에 좌정하시고 교자상위 통신부(성적표)를 올려놓고 우리 七 男妹를 부르신다,
그러면 우리들은 긴장하고 앉으면 방학 내내 말씀 없으시다가 통신부에 따라 칭찬도 준엄한 꾸중도 하시고,
本家를 떠나 앞으로의 학교생활과 방과 후 생활에 대하여 한 말씀하시고는 반듯이 하시는 말씀으로 ‘사람 중에 가장 무서운 사람이 배워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라 말씀하신다,
즉 학생신분으로는 학생다운 생활과 학업에 충실 하는 것이 孝子요 學生이라고 강조도 곁들여 말씀 하신 그 때가 한 생애 중에 가장 참 幸福을 누렸을 때라고 늘 생각하며 살아오고 있다.
그때 함께 무릅 꿇고 앉아 있던 우리 칠 남매가 각각 자기 짝을 찾아 떠나 따로 살고 있으나, 지금은 볼 수만 있다면 그 얼굴 면면이 매일 보고 싶고 그때의 우리 同氣(兄弟)들의 넉넉하던 情이 그립고 그립다.
가야산(伽倻山)을 뒤로 하고 앞山과 유유히 칠백리길 흐르는 洛東江을 품고 있는 故鄕山川의 四季節은, 내가 자라는데 토양(土壤)이자 영양분(營養分)이고 자라는데 원천(源泉)이요 활력소이어서,
지금도 시간이 허하고 마음씨 고운 그 사람이 갈 수만 있다면, 손에 손잡고 多情이 한번 두러보고 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만 하다.
성주읍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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