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혼자 보내면서.

秋夕(한가위)을 맞아 민족대이동이 시작되었다, 우연하게 재래시장을 다녀올 일이 있어 들렸다가 추석 대목장사를 하는 상인들이나 제수(祭需)을 보러온 사람들의 하는 말을 들으면 이번 추석은 경기 불황으로 어느 해보다 썰렁하다고들 하는데, 그래도 추석 명절은 명절이라 고향을 찾아 그리운 가족을 만날 기쁨에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에는 귀성객이 몰리고 고속도로는 정체로 아우성이 될 것이다.
특히 대구. 경북은 추석을 3일 앞두고 근래 들어 최강의 지진에다, 사드 배치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울릉도에는 수마가 덮쳐 분위기속, 한반도를 강타한 북한의 핵실험 도발 등으로 귀성길 발걸음을 무겁게 하므로 명절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올 추석은 우리를 둘러쌓고 있는 정치. 경제, 남북관계 등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고, 제대로 될 것으로 보이는 실마리조차도 보이자 않기에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추석 명절이 명절 같지 않다’는 말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들 하고 있다. 또한 그렇지 않아도 매우 어려운 우리네 살림살이에 추석 보낼 걱정을 하고 있는 판에, 북핵에다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지진(地震)이란 전대미문의 자연재해까지 발생하니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어수선하고 우울하여 지는 분위기이다.

추석을 앞둔 한국 경제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고용 시장이 얼어붙은 대다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수출 전망도 어둡고, 나랏빚이 600조원을 넘어섰다는 보도 등 대형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는데, 어느 때보다 임금체불도 많다는 보도까지 나오니 사람들의 좌절감이 더 커지면서, 당국의 보도를 보자면 추가 지진 발생과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면서 국민들의 심리마저 위축되어 있는 현 분위기이다.
몇 날 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단행하였지만 이에 대한 정부와 여야는 대화와 타협은보다 자신의 주장만 앞세움으로 정치와 남북관계는 꼬일 대로 꼬여 있고, 잠룡(潛龍)이 아닌 미꾸라지(鰍)같은 大統領病에 걸린 못난 정치인들의 대권욕에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는 정치는, 국민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 기대의 단초는 보이지 않고 의지나 기운이 꺾임으로 두려움만 우리 주위를 휘감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이다 보니 누구나 이웃과 남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조차 각박하여 질 수밖에 없고, 따라 가족. 친지에게 마음 쓰임도 그러하고 김영란법 영향도 있겠지만 주위 사람에게 선물도 가벼워지고 선물을 주고받는 것도 또한 줄었다. 또한 서민들의 생각이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에 지갑이 열리지 않아 내수마저 내리막을 걸으므로 우리 가계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古稀를 넘어 지난 어린 시절 때 추석 명절을 회상(回想)하여보니, 고향집에서 가족 모두와 더불어 있고, 근심 걱정 없이 맛있는 음식을 마음 컷 먹고, 추석빔이라는 새 옷도 입을 수 있고, 학교도 가지 않아 불알친구(竹馬故友))들과 고향 산하(山河)를 마음 놓고 마구 뛰어놀았던 어린 시절이 행복하였던 시절이라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고향이 있고, 기쁠 때나 슬플 때에 진정으로 함께 기뻐하고 슬퍼할 사람인 부모형제 등 가족(家族)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사람들은 명절이면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기에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안식처가 없는 사람보다는 더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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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음력설((舊正)이나 한가위(秋夕)라는 명절이 되면 조상에 대한 제사(祭祀)가 무엇보다도 크고 중요한 일이기에, 유교 전통에 살아오고 배워 온 우리네 조상님과 부모님들이 인생을 걸었던 世代가 돌아가시고 나면 지금의 제사의 풍습 및 모습과 제수 준비도 변하고 변하여 달라질 것이라 확신하면서, 秋夕이란 名節이 온 가족이 모여 Thanksgiving day(感謝日)이라는 개념의 날이라 생각하였으면 한다.

어머님의 치매(癡呆)투병생활로 둘만의 6년 7개월여 삶이 끝나며 어머님께서 연화세게(蓮花世界)로 가신지가 어언 12년을 넘기고 있다, 그 후부터 舊正이던 秋夕이던 오롯한 혼자만의 삶과 시간을 갖게 되었고,‘혼자’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즐기게 되었다, 특히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잠든 후의 희미하게 동이 터 올 무렵 어둑새벽 시간을 지새우다보면 혼자만의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생각할 수 있고, 읽을 수 있고, 쓸 수가 있었기에 혼자만의 그 시간들이 좋았고 그 여유로운 시간들 덕분에 보다 많은 것을 알고 볼 수가 있어 창의적인 늘그막 삶이 큰 보람이 되었고 또한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생각하기에 근래 들어 우리 사회에서‘혼자’의 의미는 물론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나,‘혼자’를 부자연스럽고 비정상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러기에‘혼자’를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되어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7.2%를 차지한 것도. 혼자 먹는 밥을 뜻하는 혼밥, 혼자 먹는 술인 혼술, 혼자 보내는 휴가인 혼휴 등 유행병처럼 번져‘혼자’라는 삶이 익숙한 형태로 보편화 되고 있어, 秋夕처럼 가족. 친지들이 모이는 큰 명절도 나홀로 사는‘혼자 삶’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세월이 되어 이제 혼자 살기가 일상화되고 있는 게 오늘날 현실이다.
아무턴 2016년도 추석을 맞아 사랑하는 우리 가족, 溫響 그 사람, 그가 아는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 되었으면 하고 달님에게 빌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