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사상

山寺 한밤중에.

碧 珍(日德 靑竹) 2008. 12. 14. 12:23

    山寺 한밤중에.


     

     

     



    우연하게 山속에 있는 절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박주(薄酒)한잔하고 잠을 청하여도 웬 까닭인지 잠은 오지 않고 정신은 갈수록 또랑또랑하여 만진다.


    무엇을 꼬집어 하는 일 없이 바쁘기만 지네다가 절에 와서 한가로이 누워 있으려니까, 새삼스럽게 그간 살아온 인생객정(人生客程)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생각들이 난다.


      蕭蕭落木聲   (소소락목성) / 쓸쓸히 나뭇잎 지는 소리를

      錯認爲疎雨,  (착인위소우) / 성근 빗소리로 잘못 알고서,

      呼僧出門看   (호승출문간) / 스님 불러 문 나가며 보라 했더니

      月掛溪南樹.  (월괘계남수) / “시내 남쪽 나무에 달 걸렸네요.”

                                 *  蕭蕭; 비가 오거나 낙엽이 지면서 우수수 지는 소리.

                                 *  錯認; 착각에서 잘못 알다.

     

    라는 조선시대 詩人이자 정치가이며 강원도 관찰사로 있을 때 관동별곡(關東別曲)이 유명하고, 이밖에 사미인곡(思美人曲). 속사미인곡(續思美人曲) 등 아름다운 국문가사 작품을 많이 남긴, 松江 鄭澈의“산 절에서 한밤중에(山寺夜吟)”이 생각나 읊어 본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약점이 있고 또 平生을 살아가면서 失手나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다만 지혜롭고 도량이 큰 사람은 쉽사리 自己의 약점을 보완하고 실수나 잘못을 뉘우쳐 정정당당하고 밝게 살아간다.


    이에 반하여 소견이 천박하고 마음이 좁은 사람은 자기의 약점을 숨기려 하고, 실수나 잘못에 대하여서도 번번이 구차하게 이유나 대거나 변명을 늘어놓거나 일관한다. 또한 숨기려고 하다보면 점점 더 수렁으로 빠지고 거짓과 약점을 눈덩이처럼 쉽게 불어나게 되어 결국은 모든 문을 닫게 된다.


    影落千山月(영락천산월)  / 천산 밝은 달에 그림자 드리우고

    聲傳萬里秋,(성전만리추) / 만리 깊어가는 가을을 끼륵 울어여네,

    自能知節序 (자능지절서) / 계절 바뀌는 것 스스로 알고서

    陣陣向南舟.(진진향남주). / 줄 지어 줄 지어 남녁으로 향하네.


    오늘 山寺에서 보내는 밤이라 詩人이 된 마음으로 백경환(白景煥)이 열다섯 살 때 지었으며 풍요속선(風謠續選)에 수록되어 있는“가을 기러기(秋雁)”도 절로 생각나 객의 마음을 애잔하게 한다.


    인생객정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할 수 있는 혼자라는 것, 외롭다는 것이 엄습한다, 가을이 깊어가고 겨울이 되어 눈이 내리고 쌓여 있는 山속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이다.


    가을이 깊어가고 겨울을 맞이하며 날씨가 차가워지면 萬里他鄕 나그네는 고향이 갑절로 그리워지고, 달이 휘영청 밝은 밤하늘 저 더 높이 기러기가 줄을 지어 끼륵 소리 내어 南녁으로 날면 가을은 가고 겨울도 깊어만 간다, 또한 山에 山에 단풍이 2월의 꽃보다 붉게 물들고 나무마다 가지가 앙상하게 되면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스로 한번쯤은 자기의 인생객정(人生客程)을 돌아볼 만한 때이다.


    莊子는 아는 것은 끝이 없는데 우리의 삶은 끝이 있다고 하였고, 孔子는 부귀는 나에게 뜬 구름과 같다고 하였듯이, 높은 곳에 올라 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어찌 티끌세상의 궁달(窮達)에 얽매여 살 것인가 한다.

                                                              *달궁(窮達); 빈궁(貧窮)과 영달(榮達)을 아울러 이르는 말.


    孟子는 일찍이 學文하는 길은 바로 잃었던 마음을 되찾는 것이라 하였고, 송나라 蘇軾(소식)은 전적벽부(前赤壁賦)에서 淸風明月은 임자가 따로 없고 이름을 취하는 사람이 바로 임자라고 하였는데, 이 말들을 음미하면 평생을 쓰도 남아도는 귀한 보물이 있고, 백년을 경작하여도 다함이 없는 좋은 밭(田)있다니 이를 누구나 탐낼만하나, 그런데 이와 같은 보물이나 좋은 밭을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가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는 말인데, 평생을 글 읽고 하지만 그와는 왜 이리도 멀리 떨어져 있는가 한다.

                                                                 碧 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