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접시꽃.

碧 珍(日德 靑竹) 2010. 6. 20. 10:45

접시꽃.

 

 접시꽃은 고결하거나 청순해 보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서도 말입니다.

화려하지만 천박하게 보이지도 않습니다.

시골의 순박함이 뭍어나는 꽃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요즘 청도 도로가엔 접시꽃이 여기 저기 함박웃음 머금고

지나가는 길손의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있습니다.

 

접시꽃의 꽃말 /풍요, 야망, 평안, 열렬한 연애

 

접시꽃 그대

 

    ...槿岩/유응교 ...

 

꼿꼿한 자태로 서서

곧게 살다가

청초한 마음으로 피어
청결한 마음으로 살다가

 

비어둔 자세로 마주 서서
채움이 없는 자세로 있다가

홀연히 비어있는 자신이 서러워
당신을 그리며 비에 젖어 울다가

 

별빛아래 가만히 이슬을 받아
해 뜨기 전 당신께 바치려다가

빠알간 사랑 하얀 이별로
오늘도 슬픈 눈물을 흘립니다.

 

 

접시꽃 한 송이   
   
   ...김용언...

 

멀쑥하게 웃자란
접시꽃을 넋놓고 바라보다
평생 웃음 아끼시던
무명 저고리의 어머니를 떠올린다.

 

기다림이 두려워
붉게 타는 노을
석자 이름을 익히지 못해
이름 없이 살다 떠나신 어머니

 

담 너머로 동구 밖이 훤하다.
삶의 무게로 등뼈가 휘어진
촌가의 뜰에 피어난
접시꽃 한 송이.

 

 

 

 

 접시꽃이라 하는 것은 꽃모양이 접시처럼 납작하다 해서
붙인 이름이며 곳에 따라 그 이름이 다르다고 합니다.
서울지방에서는 어숭어, 평안도에서는 둑두화 또은 떡두화,
북한지방에서는 접중화라고도 하며, 삼남지방에서는 접시꽃이라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촉규화(蜀葵花), 그 중에서 흰꽃은 백규화(白葵花),
붉은 곷은 적규화(赤葵花)라고 부르며, 뿌리는 촉규근(蜀葵根),
씨앗은 촉규자(蜀葵子)라고 부른답니다.
중국이 원산지이구요.

 

청도읍에 볼 일이 있어 나가다가 제가사는 마을보다 먼저 핀

접시꽃을 보고 읍 못미처에서 내려 접시꽃을 담았습니다.

우리마을 접시꽃들이 조금은 서운하겠습니다. ㅎㅎ

 

접시꽃 전설
먼 옛날 꽃나라 화왕이 궁궐 뜰에 세상에서 제일 큰 어화원을 만들어놓고
세상에 있는 꽃은 한 가지도 빠짐없이 모아서 기르고 싶었습니다.
“천하의 모든 꽃들은 나의 어화원으로 모이도록 하라.”
화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세상의 모든 꽃들은 어화원으로 모여 들었습니다.
그 무렵 서천 서역국 어느 곳에는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세상의 모든 꽃을
모아 심어 가꾸는 꽃감관이 있었습니다.


꽃은 갖가지 종류가 철따라 아름답게 피기 때문에 산과 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온 고을이 모두 꽃밭이었습니다. 꽃감관의 집은 꽃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창 앞에는 모란과 옥매화를 심고 장독대에는 땅나리와 들국화를 가꾸었습니다.
울밑에는 봉숭아와 맨드라미를 심고 대문 밖에는 접시꽃을 심었습니다.
꽃은 제철에 맞추어 고운 색깔과 향기를 자랑하며 번갈아 피어났습니다.
꽃감관은 그 꽃들을 가꾸며 색깔과 모양과 향기가 더 좋아지도록 돌봐 주고 있었습니다.

-아래내용으로 이어집니다-

 

“화왕님께서 천하의 모든 꽃들은 어화원으로 모이라고 말씀하셨대요.”
“우리도 그 어화원에 가서 살면 안 될까요?”
“감관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을 텐데. 어떻게 가요?”
서천 서역국 꽃들은 모두 자기들도 화왕의 어화원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꽃감관의 허락없이는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꽃감관은 계명산 신령님을 만나러 가고 없었습니다.
“어화원에는 내일까지 도착하는 꽃들만 받아 준대요.”
“감관님이 계시지 않으니 우리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잖아요?”
서천 서역국의 꽃들은 가고 싶었지만 꽃감관의 허락을 받을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샛노란 금매화가 다른 꽃들의 눈치를 보며 감관님 허락 없이
어화원으로 가겠다고 입을 여니까 연보라색 용담꽃도, 하얀색 금강초롱도,
진홍빛 개불란도 어화원으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꽃들은 너도나도 모두 어화원으로 가겠다고 나섰습니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꽃들도 다른 꽃이 떠나니까 모두 따라서 어화원으로
향했습니다. 순식간에 꽃으로 가득했던 산과 들이 텅 비었습니다.
꽃들이 떠난 뒤에 계명산 신령님을 만나러 갔던 꽃감관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꽃들은 모두 가버리고 산과 들은 쓸쓸하게 비워져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꽃감관은 헐레벌떡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꽃들을 불렀습니다.

 

 

딸랑딸랑 고운 소리 은방울꽃, 송이 송이 곱게 웃는 보랏빛 제비꽃,
높은 산과 넓은 들판에 백일기도의 뜨거운 정성으로 핀 백일홍,
외딴 암자에서 스님을 기다리는 동자꽃, 사랑의 정표로 선녀가 주고 간
옥잠화에서부터 부서져 버린 뼈를 모아 주는 뼈살이꽃, 삭아 없어진
살을 붙여 주는 살살이꽃, 끊어졌던 숨결을 이어 주는 숨살이꽃에 이르기까지
서천 서역국의 꽃들은 어느 것 하나도 꽃감관의 허락없이는 한 발짝도
다른 장소로 자리를 옮길 수 없는데 오늘은 모두 감쪽같이 어디로 가고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불러도 집안에는 메아리조차 없었습니다.
온갖 사랑과 정성을 기울여 가꾼 꽃들이 자취도 없이 몽땅 사라진 것입니다.
꽃감관은 몹시 슬퍼하며 마당 가운데 주저앉았습니다.

 

 

자기는 꽃들을 위해서 온갖 정성을 다 바쳤는데 꽃들은 몰래 자기 곁을
떠났다는 사실에 큰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다리를 뻗치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하늘 저편에서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구름이 온통
꽃봉오리만 같이 보였습니다.
"아! 모두 나만 두고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 때였습니다. 어디에선가 작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감관님,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저는 여기 있습니다.”
대문 밖에서였습니다. 벌떡 일어났습니다. 대문 밖으로 나갔습니다.
울타리 밑에서 접시꽃이 방긋이 웃으며 꽃감관을 쳐다보았습니다.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야! 너였구나. 너 혼자니? 다른 꽃들은 모두 어디 갔니?”
“모두 감관님이 안 계시니까 제멋대로 화왕님의 어화원으로 갔습니다.”
“내 허락도 없이 가다니. 괘씸하구나. 그런데 너는 왜 떠나지 않았니?”
“저는 여기에서 감관님의 집을 지켜야지요. 저마저 떠나면 집은 누가 봅니까?”
“고맙구나. 내가 진정으로 사랑해야 할 꽃은 너였구나.”
꽃감관은 혼자 남아서 집을 지켜 준 접시꽃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너에게 관심이 적었는데 너만 내 곁을 떠나지 않았구나.”
꽃감관은 그 때부터 접시꽃을 대문을 지키는 꽃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감관님! 저는 언제까지나 여기 있겠습니다.”
그래서 접시꽃은 지금까지도 시골집 대문 앞에 많이 심게 되었습니다.
그 후 어화원으로 갔던 다른 꽃들은 다시 불러 와서 서천 서역국에서 쫒아냈습니다.
오늘날 전세계에 여러 꽃들이 고루 퍼져 살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터넷검색 
 

 

 

 

 

 

 

 

 

 


접시꽃 당신/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 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ps:여름은 뭐니 뭐니해도 음식만 조심하시면 별 탈은

없을 것이라고 하지요.

무더위 속 여름이지만 건강하게 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