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그들은 겨울로 들어갔다.

碧 珍(日德 靑竹) 2008. 12. 1. 06:26

    그들은 겨울로 들어갔다.
    '스님들의 뜨거운 겨울' 동안거 시작.

     


    김한수 기자

    조계종 태고종 등 불교 종단의 동안거(冬安居)가 음력 10월 보름인 12일 시작됐다. 조계종의 경우, 전국 100여 선원(禪院)에서 2200여 명의 스님들이 석 달 동안 참선수행에 집중하게 된다.

    올해 동안거에서 특히 눈에 띄는 사찰은 월정사이다.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는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한암 스님이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언정 말 잘하는 앵무새가 되지 않겠다"며 27년간 산문 밖 출입을 끊고 수행가풍을 일으킨 사찰이다. 월정사는 경내 적광전 옆에 '만월(滿月)선원'을 신축하고 주지 정념(正念·52) 스님까지 17명의 스님이 올해 동안거에 참여하고 있다. 사찰 내외의 업무가 산적한 교구 본사 주지가 3개월 동안 업무를 떠나 안거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수좌(首座·참선하는 스님) 출신인 정념 스님은 상원사 주지 시절에도 '청량선원'을 재개원했으며 월정사 주지를 맡은 후에도 선원을 세우려는 원(願)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정념 스님은 다른 참가자들과 똑같이 새벽 3시 기상·오후 9시 취침, 큰 선방 내 묵언(默言), 선원 내 휴대전화 금지 등 14개항의 청규(淸規)를 지키며 내년 정월 대보름(2월 9일)까지 참선 수행에 전념하게 된다. 월정사 관계자는 "웬만한 사안은 사찰의 스님들과 논의를 거쳐 결정하고 정말 중요한 사안은 주지 스님이 매주 목요일 삭발을 할 때 결재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 월정사 만월선원 앞에서 주지 정념 스님(얼굴 보이는 사람)이 동안거를 위해 선원을 찾은 스님들을 맞고 있다. /월정사 제공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해쳐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의미는?" 
    조계종·태고종 종정의 동안거 법어 

    법전 조계종 종정=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해치며, 부처님 몸에 피를 내고 화합승단을 깨뜨리며, 경전과 불상을 불사르는 오역죄(五逆罪)를 범하는 것은 무간지옥에 떨어질 일입니다. 하지만 임제선사의 오역죄는 깨달음의 길입니다. 그런데 그 오역죄인이 우레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도리를 말하는 것입니까? 一粒豆子(일립두자) 爆出冷灰(폭출냉회)(한 알의 콩이 식은 재에서 튀어나온다)."

    ▲혜초 태고종 종정="늙으면 사람들이 천하게 보고 병들면 친한 사람도 멀어집니다. 희망은 오직 깨달아 부처를 이루는 길이니 허송세월 하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십시오. 滿山紅葉染天地(만산홍엽염천지) 深谷流水吟法界(심곡류수음법계) 秋林孤影招朔風(추림고영초삭풍) 空使流歲促白髮(공사유세촉백발)(온산의 단풍은 천지를 물들이고, 깊은 골 흐르는 물은 법계를 노래하네. 가을 숲 외로운 그림자 삭풍을 부르니, 부질없이 흐르는 세월은 백발을 재촉하는구나)."


    안거(安居)

    매년 여름(음력 4월 보름~7월 보름)과 겨울(음력 10월 보름~정월 보름) 두 차례에 걸쳐 석 달씩 바깥 출입을 금하고 참선에만 정진하는 불교의 집중수행기간. 부처님 당시 우기(雨期)에 수행자들이 한곳에 모여서 집중 수행한 데서 비롯됐다. 여름은 하안거, 겨울은 동안거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