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그 사람 덕에 혼자 살아도 즐겁고 행복하다.

碧 珍(日德 靑竹) 2019. 5. 5. 11:09

 

 

그 사람 덕에 혼자 살아도 즐겁고 행복하다. 

 

 

                    

 

 

그간 살아온 습성대로 오늘도 새벽 五更(寅時)무렵 깨어나니 마음에 무엇인가 텅 빈 느낌이 일었다, 근래 들어 꿈에서라도 뵙고픈 부모님을 볼 수가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그지없었던 차에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그런지 마음이 편하지 않다. 되돌아보니 아버님께서는 애석하게도 우리 7형제를 남겨두고 50여년전 碧峰 큰스님과 어머님 이 큰아해에게 마지막 말씀을 하시고 4년여 투병생활 끝에 가시었고, 치매로 이 큰아해와 둘이서 6년7개월18일을 한방에서 찌지고 볶다가 어머님께서는 16여년전 송림사 49재를 마지막으로 이아해를 두고 이생을 떠나 극락왕생하시었다. 근간 山居를 자주 가뵙지 않아서 그런가 하는 마음도 든다.

 

내일이면 立夏라 그런지 大邱의 기온은 어제 오늘은 27~8도 내일도 28도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햇볕을 받으니 더위를 느껴지며 스쳐가는 바람도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언 세월 따라 喜壽를 맞이하고 보니 부모님의 크고 깊으신 사랑을 느끼며 따라 갈 수 없는 무량한 사랑임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닿는다. 문득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은 멎지 아니하고,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그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뜻하는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수욕정이풍부지,자욕양이친부대)이란 中國古典에 있는 思母曲으로 지칭되는 孔子와 고어(皐鱼)사이에 있었다는 말이 생각난다.

 

어머님을 보내신 후 15년여를 혼자 살다보니 이제 혼자 살아가는데도 이골이 났다는 생각이 들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혼자 마시는 술(혼술), 혼자 먹는 밥(혼밥). 혼자 자는 잠(혼잠). 혼자 공연보기(혼영). 홀로 독거 생활(혼거) 등도 익숙하게 되었다.

 

근래 들어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장수시대(長壽時代)를 맞았다고 좋은 세월이라 반기고 있다지만 갈수록 노후의 삶이 고독과 절망감 속으로 빠져드는 게 사람의 삶(인생)이다. 그러기에 예부터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처럼나 홀로의 노후 삶의 무심함과 고독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래서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노후나 홀로고독감으로 혼밥과 혼술이 들불처럼 퍼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 통계청 보도에 의하면 저 출산으로 생산인구는 감소하는데 노인 인구만 대폭 불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을 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후대가 왕성하여야 노후의 삶도 배후가 든든하고 의지하고 기댈 수 있기 때문에 세상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즈음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내가 왜 세상에 태어나왔는가?하고 생각하고 고민을 하던 사람이 집을 등지고 세상을 혼자 살아가다보니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때가 다반사인 사람이 많은데 그 중 나도 하나이다. 어언 20여년을 넘게 혼 밥. 혼술. 혼 잠. 혼영. 혼거 등 혼자 사는 묘미를 터득하고 나름대로 즐기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게 오늘날 자화상이다.

 

그런데 혼자 사는 생활 중 가장 어려운 문제는 무어니 해도 식사 해결이다. 우리 전통적 食事문화는 대가족사회에 맞추어진 문화로 이는 대다수 사람이 밥(食)은 화기애애하게 여러 사람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먹을 복을 많이 타고난 사람인가보다, 어린 시절에는 외할머님이 지은 농산물에다 솜씨로 맛있게 먹었었고, 노년에는 그 사람 덕에 다시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는 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고 행복한 삶이 아닌가 한다.

 

그간 수년동안 한주일 간격으로 보내오는 택배를 받으니 오늘도 좋아하는 반찬들이 가득하다. 파 배추 양배추 김치에다 무말랭이, 도라지 가지 호박 고사리 무침, 연뿌리 졸임 등에다 갈비탕, 곰탕, 미역국, 북어국, 소고기장조림, 무우 넣은 등 여러 가지 반찬을 많이 받았다, 늘고맙다고 느끼면서도 그 사람에게 한 번도 제대로 고마움을 표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나면 으레 이른 아침식사를 하는 게 습관화 되어있다, 오랜 세월을 홀로 독거에서 살다보니 습관화된 이른 식탁에는 그 사람이 정성들여 만들어 보내어 온 반찬들은, 생각하기보다 그의 입을 즐겁게 하는 맛있는 많은 반찬(飯饌)이 올려 진다. 특히 아리게 맵지 않은 고추. 마늘 등은 南道의 순수한 토종들이라 입맛을 더욱 북돋아 주는데다가, 이따금 남도 해안에서 잡은 문어 낙지 꼴뚜기 등 해물은 더욱 입맛을 북돋아 주기에 늘 감사하는 마음이나고마움 을 그리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새벽에는 그 사람의고마움이 마음 깊이 새겨진다.

 

그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인생 황혼에 외롭게 지는 곁에 머물며 이해하여주고 벗이자 伴侶가 되어주는 그 사람이 있기에, 오늘 그가 살아 갈 수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자 복이라 느끼며 살고 있다. 그러기에 행복한 마음으로 오고 느끼는 것이기에 작으나 참 행복을 가지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오래오래 그 사람과 살고 싶다.

 

아무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 먹는 밥. 혼자 마시는 술은 외로움과 궁상의 상징이었지만, 오늘날 와서는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혼 밥 혼술 열풍이 일상의 자연스러운 사회 풍습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제 촌스러운 발상으로 세월 따라 사라져가고 있다.혼자 한다.’는 뜻을 가진 이 말은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으며, 그만큼나 홀로 문화는 일시적 현상을 넘어 사회 전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하는 것이 현 실정 이듯이,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문화생활도 혼자 즐기는 이른바나 홀로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그는 혼자서 술 먹기도 곧 잘하며 즐긴다,나 홀로족이 늘어감에 따라서 변화가 생겼다. 대체적으로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가 이겨내는 것이나,혼술이야말로 자신의 아픔을 차분히 갈무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아픔에 홀로 술잔을 기울여 보았더라면 혼술을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이 보고 싶고 그리워 이런저런 생각하다 2016.11.30일 쓴 글이 생각나,

     

아침밥상에서

 

이른 새벽 아침상위

시원한 해장국 맛있는 찬들은

정들여 만들어 보내준 그 사람 생각하다,

 

불현듯 어머님 생각 나

그리움에 눈앞이 흐려지며

보고픔이 간절하며 아련하게 다가오니,

 

이아침 어머님 그리움에

그 사람 보고픔 간절하니

삶이란 사랑이란 이리도 어려운 것인가.’

 

라고 적어보며 그 사람에게 다시 한 번‘고마움’을 느낀다.

 

되돌아보니 혼자 먹는 밥도 술도 마냥 외롭거나 슬프지 않다, 혼자 먹는 밥이라도 그 사람이 정성들여 만들어 보내어온 반찬들이라 마치 겸상을 하고 먹는 마음이라 행복하다, 또한 혼자 먹는 술이라도 하루 동안 있었든 좋던 싫던 피곤한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는 위로의 술이란 보약이 아닌가 한다, 더불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자신만을 위하여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 또한 혼술의 매력이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삶에서 소박하고 쉽게 얻을 수 있는 삶의 행복이 아닌가 한다. 더욱이 혼밤 혼술은 혼자 먹고 마실 때만 느낄 수 있는 밥. 술 본연의 맛과 향이 마음으로 더욱 와 닿을 것이기에 더욱 좋아 하는가 보다.

 

오늘 이날 새벽은 왜 이러히도 생각이 많을까, 늘그막에 어지러움과 온갖 곤란을 겪게 되는 백수풍진(白首風塵)세상을 벌서 외길 七七年을 맞이하니, 세상사 인간사 쉬운 삶이라기보다 어려운 세월에 끌려 살아왔다는 회한(悔恨)이 휴복(休福)보다도 가득한가 보니 그도 하잘 것 없는 미물같은 사람 중 한 사람이었나 한다, 우리 인생노정의 삶에 대비한 선명함이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관조(觀照)할 수 있게 하여 주시는데 가신 부모님과 곁에 있는 그 사람에게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