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목회 2016년 가을나들이 다녀와서.


흩날리는 낙엽 따라 가을이 저만치 가버린 눈이 온다는 小雪을 나흘 앞두고 가을 나들이(慶睦會)를 따뜻한 날씨와 더불어 웃음이 그치지 않은 분위기 속 오래 만에 동해안 절경들을 만끽하며, 경북 울진군 북면 태백산맥의 동쪽에 위치한 응봉산(鷹峰山) 아래 덕구리에 위치한 덕구온천 가을나들이를 무사히 다녀왔다.
울진군 북면 덕구리 덕구온천과 관련하여, 지금으로부터 약 600여 년 전인 고려 말기 태백산맥의 동쪽에 위치한 응봉산아래 활과 창의 명수인 전모라는 사람이 20여 명의 사냥꾼들과 함께 멧돼지를 쫓고 있었는데, 상처를 입고 도망가던 멧돼지가 한 계곡에 이르러 몸을 씻더니 다시 쏜살같이 달아나는 것이었다. 이를 이상히 여긴 전씨 등이 멧돼지가 몸을 씻은 계곡을 살펴보니 그곳이 바로 자연적으로 용출되는 온천수 자리였다고 하는 전설이 전하고 있다.

덕구온천은 동해안 국도 7호선에서 8㎞ 서쪽에 자리하며 1일 용출량은 약 300톤, 수온은 43℃로 중탄산나트륨이 다량 함유된 온천으로, 신경통. 당뇨병. 소화불량·빈혈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며, 특히 피부병과 근육의 피로를 푸는 데 탁월하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덕구온천 측은 응봉산 정상과 노천 원탕까지 등산로도 정비하여 놓았으며, 덕구온천에서 원탕 까지 금문교, 노르망디교, 장제이교, 하버교 등 세계의 유명 교량 12개를 축소 모형으로 제작하여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인근 관광지로는 불영계곡, 불영사, 동대암, 망양정, 성류굴, 연호정 등이 있다.
초겨울 조석으로 바람도 차가운 가운데 가을나들이를 무사히 치루고 나니, 스쳐 지나는 싸늘한 바닷바람이 나들이에서도 보지 못한 그리운 얼굴들과 이미 가버린 잊지 못할 막역지우(莫逆之友)의 얼굴이 떠오르게 하며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감이‘과연 벗이란 무엇인가?’생각하게 한다,

우리 慶睦會 會友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만나 인연을 맺어 왔으니 무려 반 백년이상을 살면서 만나고 하였기에 정이들대로 든 우리는 동창이다, 지난 봄 나들이에서 보았던 동창들도 이번 나들이에서 보는 동창도 만나니 반갑고 기쁘기도 하나, 동창들의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되어 마음 한 모퉁이가 착잡하기만 하는 것은 세월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한편 바다 내음을 맡으며 우정을 담아 주고받는 박주 잔(薄酒 盞)속에 떠있는 무수한 지난날 추억을 그려보며 마시니, 싸우고 화해하고 서로 좋아하던 고인이 된 보고픈 어느 동창이 생각나 마음이 무언가로 허전한 느낌이 들어 내내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었다.
古稀를 넘어 지난 중고시절 때를 회상하다보니 여름이면 불알친구들 간 학교 수영장이나, 동촌유원지 금호강에서나 가끔 수성못 유원지에서 순경의 눈을 피해 발가벗거나 팬티바람으로 하던 목욕이 생각이 나 장난기가 발동한다, 그래서 덕구온천 큰 목욕탕에서 칠십 다섯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모습 보자니 너나나나 모두가 학창시절 불알친구의 모습이 아니라 장난기는 사라지고, 서글픈 마음이 들어 사람이 산다는 게 무엇인가? 하고 허공을 향하여 보니 공(空)한 가슴에 여운만 남는다.

다시 오지 않은 시간이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듯이, 친구도 한 번 가 버리면 다시 오지 않는다, 그렇게 인연도 품었던 우정도 세월 따라 흘러가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만나는 시간과 친구도 흘러가 버리면 시간도 친구도 우정도 영원히 우리 곁에 없다. 그러기에 있을 때 아집과 욕심을 내리어 좀 더 배려하고 아껴 주고 하였으면 한다. 인생에서 동행할 친구가 있다면 고단하고 힘든 인생길이지만 서로를 의지 삼으며 모진 어려움도 감내하며 살아 갈 수가 있다.
우리는 수많은 세월의 흐름 뒤라 이미 머리에 하얀 서리가 앉고 얼굴엔 나무 등걸과 같은 주름이 있다 하여도, 진실로 서로를 위하고 아끼며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행복하다, 그러다 쇠잔한 기력에 그것마저도 힘들면 이따금은 인생이란 벤치에 앉아 그리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지나보낸 우리친구 간 우정을 회상하면서, 잔잔하나 소중한 행복과 기쁨을 맛보며 하늘이 부르는 그날 그때 가는 날을 맞으면 참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가 있다.

우리 인생이란 불가에서 말하듯이‘한 목숨이 태어남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남과 같고, 한 목숨이 죽어 감은 한 조각 뜬구름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하겠다. 그러기에 뜬구름은 그 자체는 본래부터 없는 것이듯, 인생의 오고 감도 그와 같은 것이라, 우리는 인생을 아웅다웅하며 살 이유가 없이 여여하게 삶을 살아가야 하겠다.
우리는 이따금‘사람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空手來 空手去란 말뜻을, 즉 무소유의 삶을 되새기면서 지나온 삶이나 앞으로 살아갈 삶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기에 시간은 영겁(永劫)을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고 사람은 그 시간 띠 위에 한 점 외로운 존재일 뿐인 것이다. 사람이‘어디서 왔는가, 어디로 가는가, 가고 옴에 자국 없거늘, 사람들은 마냥 百年 살 생각하네’라고, 河西 金麟厚선생이 제충암시권(題沖庵詩卷)에서 하신 말씀이 생각는 것은 어인 일일까.
되돌아보니 다사다난하였던 한 해도 머지않아 마무리를 하여야 할 날이 다가오니 스쳐가는 얼굴들이 그립고 보고 싶다, 우리가 慶北中高43회 慶睦會도 慶北高 교문을 나선지가 어제 같은데 어언 50년 중반을 넘기었고, 지난 올 2016년 5월 16일은 우리나라 인재의 산실로서 한 축을 담당하여온 경북중.고등학교가 개교 117주년(大邱高普 100주년)을 맞게 되어, 경북중고등하교 117세 생일날이라 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는 날 이었다 생각하니, 참으로 오래도 살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며 먼저 간 동창들이 생각나며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만 한다.

1950년도 대봉동 경북중학교(舊制 대구고보) 본관

황금동 경북고등학교 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