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사상

외할머님 생각과 우무 한 그릇.

碧 珍(日德 靑竹) 2009. 7. 1. 11:40

    외할머님 생각과 우무 한 그릇.

     

     

                                                                                           불영사 지장보살님

     

    홀홀히 와서 그래도 즐기며 살고 있는 교거(僑居) 碧珍山房에서 나와 어디를 가던 지하철 버스 타러 갈려면 가는 도중에 동네 재래시장 앞길을 지나쳐야 한다.

     

    6여년을 이 시장 앞을 지나면서도 여름만 되면 매번 시장입구 난전을 지나려면, 보기만 해도 구수하고 시원한 맛이 입안을 적시는 콩가루 물에 띄운 우무를 파는 가계를 보면, 입속에서 콩가루물의 구수하고 시원한맛이 돌며 아련하게 다가오는 외할머님이 생각나며 눈물이 돌아 잠시나마 발을 멈추게 한다.

     

    시원하고 콩의 향기 그윽한 그 맛 속에 외할머님이 계시며 생각이 나고, 그러면 지나 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흘러가며, 외할머님 생각은 잠시나마 이 세상과 단절케 하고, 저세상에서 극락왕생 하시는 외할머님의 모습이 뿌옇게 떠오르며 눈물방울 속에서 외할머님의 인자하신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라 보고픔이 간절한 마음이 되어 철없던 시절로 되돌려 놓는다.

     

    우리 형제는 외할머님에 대한 생각은 우리 칠남매 가슴속에는 모두가 한결 같다, 우리 부모님 두 분께서 외동이라는 특이한 가족 구성으로 69년 전 두 분이 근무하던 경북도청에서 두 분의 고향인 성주로 근무지를 옮겨 오므로 자연스럽게 친 부모를 조실한 아버지와 우리 식구는 홀 외할머님과 함께 살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칠남매는 외할머니 집에서 태어났고 그때마다 외할머님 당신께서 직접 우리를 받으시었으며, 외할머님 댁에서 자라고 초등학교를 마치는 대로 대구로 와 수학하였던 것이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이 다가오면, 우리 남매들은 고향 星州 본가에 서로 가겠다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어가며 어머님을 조르고, 서로 으르렁 거리며 토요일을 맞이하였었다.

     

    그러다가 남매들 중에 선택되어 토요일에 외할머니 계시는 고향 가는 형제는 개선장군인양 의기양양하여 다른 형제들 앞에서 어깨를 으쓱거리며 가고, 으래 다음날 오후면 우리 형제들 앞에서 외할머님 이야기와 고향집 이야기, 우리 집 농사와 인자스런 상머슴들, 까불거리는 꼴머슴 이야기로 수다를 떨면 형제들은 흘겨보며, 다음 토요일은 저마다 자신이 갈 거라며 미리 선언을 하곤 했었다.

     

    외할머님은 우리가 고향집에 도착하면, 바로 들로 데리고 나가 논에서는 논농사, 밭에서는 밭농사 이야기를, 그간의 좋은 일 궂은일 이야기로 꽃을 피우신다.

     

    우리 외할머님은 외할아버님과 청춘에 사별하시고 있는 재산을 꾸려가며 딸인 어머니를 서울로 유학을 시켰었으며, 그러다보니 평생을 잠을 잊고 흙과 더불어 사시다가 흙으로 돌아가신 농사꾼이시며 힘도 장사이시다.

     

    우리 형제중 막내가 벌써 쉰셋이나 되고 예순일곱이나 된 지금도 외할머님을 잊지 못하는 우리 칠남매의 기억과 추억 중에 그 하나는, 외할머님이시고 외할머님이 계시는 고향집 저녁식사로 유달리 우리에게 맛이 있고 즐거운 식사로 기억하는 아름다움이 가슴속에 남아 있다.

     

    여름이면 생풀 태우는 모기 불 연기 퍼지는 평상위에서 콩 국물에 띄운 우무 한 그릇의 시원한 그 맛, 손수 반죽하시고 홍두깨로 밀어 만든 칼국수에 푸성귀 애호박 감자 등에서 외할머님의 솜씨와 함께 우러나오는 그 국물맛과 더불어 지금도 잊지 못하는 고향의 정취이며 반딧불 날아다니는 밤의 추억은 지금도 눈에 훤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겨울철 저녁도 여름보다 못하겠나, 겨울 추운 날씨에 먹는 아 그 맛의 김치밥시기와 얇은 얼음이 서린 동(冬)김치의 혓바닥을 감치는 그 맛에다, 바깥마당 한구석 구덩이 속에 저장된 겨울 무우 맛은 긴긴 겨울밤을 즐겁게 지내게 한 또 잊을 수없는 외할머님의 무량한 사랑 입니다.

     

    언제나 우리가 고향집에 도착하면 초저녁부터 만들어 새벽이면 머리맡에 놓인 겨울 감주는 외할머님의 또 하나 특별 맛 솜씨는 일생에 잊을 수 없이 우리 칠형제 가슴 깊이 남아 있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조금 전 길은 찬 우물물에다 콩가루를 넣어 만들어 주시는 우무 한 그릇 맛은 이 순간도짜리하고, 인자하신 외할머님과 고향 우리 집 맛으로 인생의 거의 다 지나온 나를 어린 아이로 되돌려 놓는 답니다.

     

    지난여름 우리 절에서 공부를 하는 중에도, 덥고 고부가 잘 되자 않았는지 착상 현상을 일어났는지, 시원한 콩 국물에 띄운 우무 한 그릇을 들고 나오시는듯한 외할머님의 모습이 엇갈려 어리둥절하니 주위에서 왜 그러냐 하는 말에 그만 눈시울에 따뜻함을 느꼈었답니다.

     

    시원한 산바람을 뒤로하고 귀가하던 중에 가끔 들리는 동네 입구 막걸리 집에 들려 한잔하며, 우무에 얽힌 외할머님의 사연과, 시장난전을 지나치면서 우무 파는 할머님 모습과 먹고 싶었던 얘기를 주모에게 하니 들으시고 웃으며 무얼 그렇게 어렵게 생각합니까.

     

    우무는 날씨가 쨍쨍한 날에는 우무와 콩가루를 사다 놓을 테니, 하늘 한번보고 자주 오라 하시니, 외할머님이 극락가시고 없는 내 곁에는 당신 보다야 못하시지만 좋은 분 한분 곁에 있어 가슴 뿌듯하여진다.

     

    우리 외할머님도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막걸리 집 아주머니 얘기도 우무는 날씨가 쨍쨍 더운 날은 먹고, 비가오거나 궂은 날에는 건강을 해치는 음식이라고 부연설명도 친절하게 해주었었던 기억도 되살아난다.

     

    막걸리집 아주머니에겐 죄송하나,,,, 그러나 어이 아주머니의 맛과 우리 외할머니님의 맛을 견주어 보겠는가?, 나에게는 어린 시절을 모두를 생각게 하는 외할머님은 역시 최고의 외할머님의 맛이다.

     

    문득 이 여름이 다가고 가을이 깊어져 내년여름이 다시오면 시장난전을 지날 때마다 콩가루 물에 띄운 우무 한 그릇또 다시 간절한 생각에 외할머님이 보고 싶어지겠지, 구수한 콩 내음 진한 우무 한 그릇 맛을 어이 잊을 수 있으며, 언제나 내 마음속에 살아 계셔서 손자를 일깨워 주는 외할머님의 인자하신 정이 더 더욱 그립습니다.

     

    지금도 극락에서 손자들을 보고 싶어 하시리라.

    極樂往生 하소서, 하소서, 대원 본존 지장보살 지장보살.

                                                                孫子 合掌拜.

    (원문, everkorea.net)

     

    지장보살정근

    할머님 성불하소서.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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