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아련한 기억 속 더듬는 나들이 3.

碧 珍(日德 靑竹) 2021. 3. 22. 20:00

아련한 기억 속 더듬는 나들이 3.

                                                  - 南道(木浦. 光州) 나들이 追憶을 그리며.

 

 

닷새만 지나면 일 년 중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春分이며 열닷새 지나 면 일 년 중 날이 가장 맑다는 淸明. 寒食이 다가오나, 지난 2020년 초 이래 중국 무한 발 전대미문의 Corona virus 확산으로 정신적 괴리감에다 외출을 자제하다보니 보니 심리적 불안상태로 무기력에 빠져 완연한 봄날이 되어도 즐겨 찾는 山寺(寺刹)도 어머님 山居도 그 사람 만나려 갈수가 없어 서운한 마음이 그지없는데도 세월은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무심히 흘러만 가고 있으니 답답함이 그지없다.

 

되돌아보면 어언지간 벌써‘희(喜)’자의 초서가‘七十七’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나이‘일흔일곱 살’인 희수(喜壽)나이를 지나고도, 부처님을 뵈려 山寺나 어머님을 근참(覲參)하려 山居 나들이 그 사람 보러가는 것을 삶에 즐겁고 보람으로 살아 왔는데 근래 들어 일 여년 넘게 그렇지 못하다보니 마음 한 구석은 늘 허전하고 씁쓸하기만 하다 보니, 자주 그간 살아오면서 산사. 산거에 다녀온 지난날에 좋았던 어려웠던 이런저런 추억들이 주마등(panorama)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지난 2010년 10월 어느 날인가 멀리 가보리라 생각하던 중 어느 토요일 오후 東大邱역에서 서울행 기차에 무작정 올라 大田에서 내려 西大田으로 옮겨 南道行 기차를 타고 이틀 나들이를 한 생각나면서, 상경하는 京釜선 차창 밖 늦가을 풍경에다 湖南선 열차로 갈아타고 차 창밖 눈발이 휘날리는 南道 석양의 들녘. 山. 江 등을 지나며 보는 풍경마다 새롭고 신기한 모습들이라 들뜬 마음을 주체 못하고 동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듯 마냥 즐거워하였던 그 때가 새삼 그리워하는 것은, 그가 사는 大邱지역에서는 상상 할 수밖에 없는 석양 무렵 눈보라 휘날리는 南道 그 넓은 들녘은 한 폭 풍경화이었던 것이다.

 

생각하건데 오후 7시반경 호남선 철길의 끝인 木浦역에 내리니 특이한 해변의 억센 바람과 더불어 눈보라는 무서울 정도의 겨울밤을 맞이하면서 이왕 온 것 하고 우선 목포 북항 선착장으로 가 한잔하려고 회집에 들렸다, 大邱와 달리 회 한 접시에 따라 나오는 먹을 걸이가 무려 20여 가지나 넘은 海産物 안주 종류가 너무 다양한 가운데, 특히 세찬 눈보라 속 해변 횟집풍경은 장관을 이루고 있었으며 의외로 여행객이 많아 집집마다 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아쉬운 것은 밤새도록 눈이 내려 木浦의 상징인 유달산과 그 정상에서 보는 木浦와 주위 올막졸막한 섬들을 보는 것이 볼만한 경치인데 보지 못하였던 것이 유감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예향(藝鄕)인 木浦에는 南濃(남농)기념관과 자연사박물관 등 유익하고 자주 볼 수 없는 볼거리가 많은 예술의 도시이다. 특히 남농기념관은 雲林山房의 3대 주인 남농 허건(南濃 許楗)선생이 선대의 유적 보전과, 南畵(남화)의 전통 유지 및 문화유산의 계승 발전을 위해 건립한 것으로, 소치 허련(小痴 許鍊.남농의 조부)의 작품으로 시작하여 4대 5인에 걸친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운림산방(전남,완도군 의신면 소재)은 小痴가 1857년 50세에 고향에 돌아와 세운 화실로 5인의 화가를 배출한 大畵脈(대화맥)의 본방을 볼 수가 있었던 것은 큰 보람이었다.

 

그 외에도 한국 南畵의 명맥을 한눈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라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의 토기, 도자기 및 중국 일본의 유달산 도자기도 살펴 볼 수 있으며 별도 전시관에 전시되고 있으며, 한국적 인상주의를 실현한 吳지호 화백의 자제로 서양화의 큰 족적을 남기는 인상파화가 吳승우 화백의 다양한 작품도 동시에 볼 수 있어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이에게는 더욱 좋으며, 특이 한 것은 운림산방 5인 및 오승우의 그림 각 수 백점을 순환 전시하여 폭 넓게 볼 수 있게 전시 하고 있다.

 

또한 빼어 놀 수 없는 것으로 민족의 애환과 더불어 온 이난영의‘목포의 눈물’이란 노래는 아직 까지도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이며, 노래가사에 나오는‘삼학도(三鶴島)’란 섬은 30여 년 전 처음 갔을 때에는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으로 있었는데, 그 후 항만 확장개발로 육지와 연결되어 섬이 없어졌던 것이 아쉬움을 남겨 주었다. irony하게도 지금은 다시 복원 되어 있다.

 

아무튼 멀고 피곤한 南道 나들이나 잠시라도 마음의 여유를 주고 자신을 걸림 없이 생각 할 수 있고, 지난 生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 心身의 피곤함도 잊을 수 있었다, 다음은 어디에 가볼까 하는 마음으로 南道 나들이를 마치며 앞날에 부처님의 무량한 위신력과 가피가 있기를 염원하던 기억이 엊그제 같다.

 

그 후 10월이 지나며 다시 南道를 다녀왔다, 西 南道 光州에 있는 손아래 사람으로부터 겨울 南道가 좋다며, 특히 西 南道에는 눈이 많이 왔다며 다녀가라고 연락을 받고 묘한 감정에 젖어 들어 광주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달리는 車窓 밖으로 펼쳐지는 겨울 山河가 참으로 아름답다, 慶北을 벗어나고 慶南 北部 거창을 지나 智異山 휴게소를 넘어 南道지역을 들어서니 온 山河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어 겨울을 실감케 하고, 가로수나 山河의 소나무나나 나무위에 얼어붙어 쌓인 눈으로 흰 雪花를 피우고 있는 광경은 장관이며 소문처럼 눈이 많이 왔구나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면 눈이 펄펄 내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덮여 묻히면 인간사 세상사 더럽고 추악한 것도 눈 밑에 함께 묻히며, 그간 우리 마음속에 맺혔던 시름이나 恨도 모두 묻혀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기도 좋을 것 같은 마음이다. 우리가 어릴 때에는 山과 들에 눈이 내려 소복소복 쌓이면 세상이 은빛으로 변하고, 시골 논밭에는 삽살개가 뛰어 놀고 아이들은 어울려 눈사람을 만들고 썰매를 타면서 입에서는 호오호오 흰 입김을 내어 뿜으며, 이따금 산짐승들도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오고, 詩人은 눈 덮인 겨울 山을 보고 나이든 스님에 견주기도 하기에, 눈이 오는 날은 평화로워서 더욱 좋았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간다. 그는 눈 오는 날이면 山寺가 더욱 그리워하였었다.

 

어렵사리 南道에 도착하여 손아래 사람의 공장을 둘러보고 나니 기독교 신자인 그는 그가 술 잘하는 것을 알기에, 木浦와 고속도로가 연결되어 있기에 한 40여분 걸린다고 하면서 가자기에 木浦 북항 회 타운으로 가니 항구도 온통 눈으로 덮여 있어 바닷가 설경도 좋은데다, 아우가 직접 가려잡은 옥돔회로 木浦 소주 두병을 단 숨에 넘기고 나니 배도 술도 불러 살만하기에 잠을 외지에서 잘 자지 않는 습관이라 大邱행 심야 고속버스에 올라 돌아오면서, 차창 밖을 내다보니 한 겨울 南道의 밤 雪景이 잠으로 다가와 흰 눈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며, 그리운 사람의 모습이 눈밭에 한 폭의 동양 미인도처럼 그려지는데 그때 大邱에 도착 알리는 소리에 깨어나니 마음으로 좀 아쉬워하였던 것 또한 생생하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