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스크랩] 기러기처럼 유유히 날아가리다.

碧 珍(日德 靑竹) 2018. 12. 30. 22:55

 

 

기러기처럼 유유히 날아가리다.

 

 

           

 

 

어머님을 보내시고 어언(於焉) 이십여 년을 홀로 살다보니 외롭고 허전할 때도 있고 불편할 때도 있으나, 다행이도 삶(인생)이란 바다에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잠을 자든 책을 읽든 명상에 잠기든 누구에게도 무엇에도 구애(拘礙)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가 있어 좋을 때가 많아 마음은 평온하여 다행이다.

 

우리 사람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많은 사람과 인간. 인연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사람의 삶은 만남이 오면 이별이 오고 이별이 오면 만남이 오듯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 하는(會者定離) 연속인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즐거운 삶을 얻으면 또 잃기도 하고 슬픈 삶을 살다보면 즐거운 삶을 맞아 살듯이, 삶이란 무엇을 얻었는가 하면 무엇을 잃어버리기도 하면서 사는 게 사람의 삶이 아닌가 한다.

 

古稀를 넘긴 이즈음도 살다보면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 사람이나, 이. 저 친구 만나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도 있는 가운데, 그리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여럿이 있고 부득불 어울려 만나 자리를 함께 할 수가 있는 때도 있다. 人生이란 한마디로 말한다면‘空手來 空手去’즉,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삶(인생)인데도, 사람이 사는 세상은 여러 가지 일도 많고 어려움이나 탈도 많은 일이 자의든 타의든 자신에게나 이웃에게나 다반사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게 보통사람들이 사는 삶이다.

 

또한 사람이 살다보면 별의별 소문을 다 듣는데 우리나라 속담에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표현처럼 소문(所聞)은 참으로 빠른 속도로 전파한다. 소문이라 그것이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이든 아니든 이에 대하여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고, 때에 따라서는 소문의 내용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소문만 믿고 행동했다가 크게 곤욕을 치르는 수도 있고, 소문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남보다 한발 앞서 행동함으로서 크게 이득을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소문은 藥이 될 수도 毒이 될 수도 있으니 유의 하여 들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우리 사람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조그마한 허물을 말하기나 밝히기는 어려워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허물은 침소봉대(針小棒大)하여 가면서도 말하기를 쉽게 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러나 자기 잘 못이나 허물은 잘 모르고 다른 사람의 잘 못이나 허물을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는 사람, 즉 우리가 이따금 듣는 자기 콤플렉스(complex) 현상 때문이 아닌가 하고 때로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대개의 사람은 오만(傲慢)으로 스스로 잘난 체하면 남들이 반드시 남을 헐뜯고, 그러기에 자만하고 교만을 부리면 하늘과 땅이나 사람이 그를 도와줄 방법이 없다지만, 사람이 겸손하면 하늘과 땅이나 사람이 도와준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고 사람의 道理요 順理라 하겠다.

 

삶이란 인생길에서 못났는데도 잘난 듯, 없는데도 있는 듯, 악하면서 착한 듯, 고상하지 못하며 고상한 듯, 진솔(眞率)하지도 않으면서도 진솔한 듯, 없으면 없는 데로 있는 사실 그대로 보여주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사람이 자기의 의지를 버리고 남들처럼 따라 사는짝퉁인생을 산다면 참된 삶이 아니기에, 자기만의 인생길을 가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게 그래도 참 인생을 살아다 하지 않겠는가 한다.

 

사람에게 인생이란 자기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의 선택에 의하여 스스로의 길을 가는 인생을 살았을 때에 참된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이며, 또한 참된 삶의 길이며 참된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인생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사람이 살면서 불나비가 불꽃만 찾아다니다 불에 타 죽듯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물질적 욕망과 외형적인 모습만 쫓는 삶을 살아 왔다고 할 수도 있고, 이러한 삶은 진솔한 내면보다 헛된 외모만 더 중요시 하며 살아온 삶이니 결국 불나비처럼 진실보다는 허상만 보고 살아 왔다고 하는 것이다.

 

어제 밤과 오늘 새벽이 다르게 겨울이 깊어만 가니, 바람의 차가움과 더불어 가신님들의 생각에 잠겨 이 겨울밤을 지세 우는 일이 때때로 이다, 살아생전에 다하지 못한 일들이 후회스럽고, 그때그때 자각하지 못했던 어리석음이 지금에야 되새겨 지니 회한(悔恨)만 남을 뿐이다.

 

깊어만 가는 설한 겨울밤 독거(雪寒 冬夜 獨居)에 홀로 있다 보니 지나온 날들에 대한 이 저 생각 에 잠겨 있다가도 이제 살아온 날보다 적게 남은 생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인자하시든 외할머님 자식을 위해 엄하고 자상하시던 부모님 생각에 잠기며 함께 살아오던 고향집과 더 넓은 바깥마당에 큰 오동나무, 마음껏 뛰어놀던 고향산천이 그리움 되어 가슴으로 와 있다.  

 

그저께는 찬비 눈이 내려 더욱더 님 들 생각에 안 서러워 하는 그리운 마음만이 사위(四圍)를 가득하고 있는데, 풀들과 나무 잎들이 누렇게 변하여 떨어지는 것을 보니 가슴에 와 닿는 思慕의 情이 그림자처럼 앉는다고 쓰다 보니, 날짐승 나무들마저 겨울채비를 하는 듯한 날씨라 님 들 계시는 산거(山居)를 다녀와야겠다는 마음 간절한데, 겨울 이른 저녁 무렵 하늘에 기러기(雁) 철새들의 날라 감은 더욱 마음을 어리게 하는가보다.

 

이 사람도 기러기처럼 살다가 언젠가는 속세를 떠나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로우며 편안한 인연의 님들이 계시는 곳으로 훨훨 유유(悠悠)히 날아가겠지, 佛家에서는‘한 목숨이 태어남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남과 같고, 한 목숨이 죽어 감은 한 조각 뜬 구름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것’이라 말하였듯이, 뜬구름이란 그 자체는 본래부터 없는 것이듯 인생의 오고 감도 그와 같은 것이기에 우리는 인생을 여여(如如)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게 인생이 아닌가 한다.

                                                       雪寒 冬夜 獨居에서.

 

     

나훈아--- 다시는

 

출처 : 벽진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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