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스크랩] 세월아, 그를 두고 가려무나.

碧 珍(日德 靑竹) 2018. 8. 19. 12:24

 

세월아, 그를 두고 가려무나.

 

 

사람은 삶(人生)이란 흐르는 물 따라 세월(歲月)이란 바람 따라 흘러가듯 우리 삶은 때로는 순풍도 태풍도 격랑도 졸졸 시냇물도 만나듯이, 우리 삶도 기쁨과 슬픔과 애처로움과 즐거움(喜悲哀歡)을 만나면서 고귀하고 되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노년을 살기가 참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늙은이는 되지 못하더라도 추하여지거나 추한 늙은이는 되지 말아야 하겠기에 아름다운 노년이 되려는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 사람은 남녀노소를 말론하고 사람은 가슴 속에 늘 그리운 사람을 고이 간직하면서, 보고 싶을 때마다 마음으로나마 살며시 꺼내어 혼자만이 볼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이며 참 맛을 아는 삶이다, 그러기에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자신을 내려놓거나 비우는 삶(보시)으로 그 무언가의 기다림 속에서 오는 삶이 행복인 것이다.

 

어는 분이 쓴 글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세월(歲月)을 두고, 

  

세월아 세월아 야속한 세월아, 이제 따라가기도 힘이 드는구나, 우리 좀 쉬엄쉬엄 갈 터이니, 우린 두고 너만 가거라.

  미워할 수도 뿌리칠 수도 없는 세월아!, 한평생 너 따라 숨 가쁘게 달려오며, 미운 정 고운 정 뒤섞인 너와 우리, 이젠 우리 두고 너만 가거라.

  우리 이 모습 이대로 살아온 세상, 뒤돌아보며, 너털웃음 깔깔대며 여기 머물러, 오래오래 살고 싶구나!, 이젠 우린 두고 너만 가거라.

 

고 흘러가는 세월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노래하였다. 

  

위 글이 가슴에 와 닿기에 몇 번을 읽다보니 그 스스로도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운 일생을 살고 싶고, 늙을수록 더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고 싶고, 古木이 될수록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듯 살아가고 싶고, 오래 묵은 향나무의 향기가 더 진하듯 나이 들어도 인생의 향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다,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 뒷모습까지 아름답게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드니 세월아 너 혼자만 비켜가라는 심정으로 글을 쓴듯하니 산다는 것이 몹시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월(歲月)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글자 그대로 해와 달 같은 큰 규모의 시간을 가리킨다. 세(歲)는 해, 즉 1년, 월(月)은 달, 즉 한 달을 뜻한다. 따라서 세월은 시(時)와 분(分)을 주로 말하는시간(時間)보다 크다.

 

우리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느끼고, 또 그 사실이 더욱 확연하여 지면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며 나름대로 남은 살날들을 그려보는 게 인생이다, 대개의 사람은 늙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이따금 하는데 누구나 그 자체가 그저 꿈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면서도, 사람은 늙어가면서 죽음을 향하여 때로는 서둘거나 서서히 죽음에 다가서는 시간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게 사람이고 또한 노년의 인생이다.

 

우리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난날 그리워 한다는 것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자신의 삶에서 영원하리라 생각하였지만 자신의 흔적은 점점 사라지고 자신으로부터 잉태된 후손들만 주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노년의 삶은 쉼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사람의 한생을 사는 세월이란 계곡을 흐르는 물 같다고 생각이 이따금 든다, 아늑하고 포근한 날에 흐르는 계곡 물은 졸졸 오순도순 노래하며 정겹게 흘러가고, 비가 내리거나 폭우가 쏟아지면 콸콸 소리를 지르며 무섭게 내려가고, 바람이 세차게 불면 계곡 흐르는 물소리는 아귀다툼을 하듯 내려가고, 계곡 양편 언저리에 살얼음이 얼면 흐르는 물이 얼음을 아삭아삭 녹이는 물소리는 겨울의 정취를 만끽하게 하여주며, 온 계곡이 무서울 정도로 꽁꽁 얼고 바람마저 큰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대신 지나가면 물에 사는 물고기나 산 짐승들 조차도 살기가 어렵듯이 우리 사람이 한 평생을 살아가는 것도 계곡에 흐르는 물과 무엇이 다른가 한다. 

 

로마의 황제이며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그의 명상록(meditations.冥想錄)에서세월은 흘러가는 사건들의 강이다. 그 물결은 거세다. 한 가지 일이 눈에 띄자마자 그것은 곧 떠내려가고, 다른 것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머지않아 이것 또한 떠내려갈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러기에 대개의 70대 노인은 세월이 電光石火라며 한평생이 눈 깜짝할 사이라고 말하는 연유인가 한다.

 

아무턴 老年에 자신이 늙었다 인정하는 사람이 늙은이(老人)이다, 인생70대의 나이는 年老한 나이가 아니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미 지나간 젊음을 아쉬워하기만 하였지만, 다가오는 시간에 대하여 보람 있게 맞이할 생각을 못하고 있는 인생70대의 나이는 年老(늙은)한 나이 이다. 결국 우리인생은 온 길을 혼자서 가는 것이다, 지난 살아온 날들로 쌓인 지식도 경륜도 재산도 아무것도 갖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는 길이 인생길이다. 우리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늙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스스로 늙은 사람이 되고, 자신을 아직 젊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스스로 젊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 사람의 마음은 때로는 강직하기도 하지만 바르지 못하고 간교하기도 하다, 어제는 지나갔기 때문에 좋고, 내일은 올 것이기 때문에 좋고, 오늘은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에 좋다고 하는 마음이 그렇다, 그러기에 어제를 아쉬워하거나 내일을 염려하기보다는 주어진 오늘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며 행복을 바라며 살아야 한다, 하루하루 새 아침이 오는 것은 새 희망을, 행복을 날마다 온다는 것이다.

 

사람은‘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空手來空手去)’니,‘어디서 빈손으로 왔다가, 어디로 빈손으로 가는가’고 들 한다, 그럴까 하고도 생각하여본다, 사람의 삶의 마지막 과정은 죽음이다, 죽음은 왕후장상도 부자도 너도나도 그 누구도 싫어하고 두려워하고 염려하지만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는 인생의 마지막 수순이기에, 우리는 삶의 막장에서는 누구나 맞이하여야 하는 죽음을 의연하게 맞이하여야 하겠다.

 

우리 대개의 사람은 늙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이따금 하는데 누구나 그 자체가 그저 꿈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면서도, 사람은 늙어가면서 죽음을 향하여 때로는 서둘거나 서서히 죽음에 다가서는 시간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게 노년인생이다. 그러기에 사람은 태어나나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진솔한 마음으로 삶의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다면 인생을 관조하는 여유로움을 보일 수도 있고, 그것이 아름다운 노년인생의 자투리 시간(세월)을 잘 보내는 삶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세월이란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 이고. 가을가면 겨울이고 또 봄이 오듯이 그렇게 한해가 가고 그러면서 마음 다하여 기다리는 가슴으로 살아가는 게 사람이고 사람의 삶이며 그 삶 속에서 사람은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게 우리 인생이다.

 

 

 

     

 

 

 

출처 : 벽진산방
글쓴이 : 碧珍(日德. 靑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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