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대목장 추억.

우리의 민간절기(俗節)에 음력 8월 15일에 성묘(省墓)하는 것을 秋夕(仲秋節)이라고 하며 3월 상순에는 벌초(伐草)를 하는 것이 우리 풍속이다. 하늘이 높고 푸르며 황금들판으로 물들고 햇 대추. 햇밤. 햇 감이 나올 때면, 우리 민족의 2대 명절에 하나인 추석(仲秋節)이 어김없이 찾아온다.
‘秋夕(仲秋節)’음력 8월 15일은 가을의 중간인‘仲秋’라 하였으며, 이것에 착안하여 8월 15일 달(月)에 제사 지내는 날을 중추절(中秋節) 혹은‘가배(嘉俳) 또는 가위. 한가위’라고도 하였고 이 외에도 팔월절(八月節) 혹은 팔월회(八月會), 단원절(團圓節)라고 부르기도 하며, 秋夕날은 음력 보름날로 유교권 공통명절로 가까운 뒷동산이나 언덕 등에 올라 月神(달님)을 향하여 각자의 소원을 빌며 달맞이를 하는 날이다.

추석을 열하루 날을 남이 잇는 날 오전 11시경에 어물 건어물 과일 체소 등으로 널리 알려진 재래식 시장인 七星시장을 거처 가는 지하철을 타고 보니, 평소보다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 중년 아낙네들이 제각기 시장 본 것을 담아가는 수레를 가지고 있었으며, 모두들 설(舊正)이나 추석(仲秋節) 등의 큰 명절을 바로 앞두고 서는‘대목장’보는 이야기들로 수다스러웠다.
명절이 다가오면‘대목장’을 보러 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년시절 정초 차례(舊正)나 팔월 차례(秋夕)를 지내야 할 때가 되면 제상(祭床)차림을 위하여 외할머님과 어머님이 재래식 시장을 가셔서 제사상 차림에 필요한 조기, 돔배기(상어). 고사리. 도라지. 밤. 대추 등을 듬뿍 사 오시곤 하신다.
‘대목장’과‘가족’이란 말은 언제나 들어도 싫지 않고 정감이 나며 지난날을 회상하게 하는 말이다, 유년시절 외할머님 어머님이 대목장을 보러 가실 때에 기를 쓰고 따라가려고 온갖 이유를 대거나 아양을 떨어서라도 따라 붙으려 하는 그 연유는, 북새통 이는 시장바닥에서나 볼 수가 있는 사람구경에다 시장풍물구경 등도 재미있지만, 엿이랑 쌀. 떡가래 뻥튀기 순대 등 평소 집에서 잘 먹지 못하는 것을 먹을 수가 있기 때문이지만, 특히 야바위꾼들의 놀음과 한 개라도 더 팔려고 재미있는 간단한 묘기재주에다, 엿치기 등 지금 아이들이 본다면 하잘 것 없는 일이라 하겠지만 그 시절에는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었기에 가끔 그 때 즐거웠던 일들이 생각나곤 한다.

언제나 들어도 정겨운‘대목’이란 말은 사전적으로‘다른 시기에 비해 경기(景氣)가 특별히 좋은 시기’를 뜻하는 말로‘가족’이란 말과 더불어 우리와 매우 친근한 말이다. 더불어 글의 한 토막이나 단락, 주석(註釋)이 있는 책의 본문, 목수의 우두머리, 큰 나무, 접을 붙일 때 그 바탕이 되는 나무 등의 다른 뜻도 있다.
그렇다면 正月구정(舊正.陰曆설)이나 八月보름(秋夕.仲秋節)을 맞는 등 명절이나 큰 행사와 관련하여‘대목’이라고 할 때 그 뜻은, 경제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을 시는‘대’는‘대량의’의 뜻을 더하는 말이나 중요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등으로 쓰인다고 볼 수가 있고, 또‘목’은 머리와 몸통을 잇는 잘록한 부분 혹은 편제상의 단위 등의 뜻으로 쓰인다고 하겠다.
즉‘대’란 말뜻은 일부 명사 앞에 붙어‘규모나 크기 따위가 큰’의 뜻을 더하는 말, 어떤 분야나 지위를 나타내는 일부 명사 앞에 붙어‘으뜸인’의 뜻을 더하는 말, 일부 명사 앞에 붙어‘매우 심한’또는‘대량의’의 뜻을 더하는 말, 중요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등으로 쓰인다, 또한‘목’은 머리와 몸통을 잇는 잘록한 부분, 목안이나 목구멍을 이르는 말, 어떤 물건에서 목처럼 생긴 부분, 주로 요일을 열거할 때 쓰이는 주의 네 번째 날(木), 경제에서는 예산 편제상의 단위 등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秋夕이 앞두고 새벽녘은 두툼한 옷을 입어야 할 정도 독거(獨居)에서 냉기를 느낄 수가 있다, 매일 다니는 골목 모퉁이 집 담장 안에 서있는 감나무가 오늘은 유난하게 눈에 들기에 처다 보니 붉게 익기 직전의 잘 익은 감들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려 있어, 벌서 가을이 끝자락 가까이에 와있는 듯하다.
잠시 눈 감으니 어린 그 시절을 생각난다, 외할머님께서 손수 뒤 텃밭에서 가져다 만들어주시던 배추전 감자전에다, 오징어 뛰김과 감주(단술), 쇠죽을 끌일 때 익혀주시던 옥수수 등의 그 맛을 고향 내음과 더불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또한 집 뒷밭에 감나무도 복숭나무도 오동나무와 더불어 그리워지는 고향집이 눈에 선하다.
이제 세월 따라 고희(古稀)가 지나서인지 추석이나 설이 되면 부모님 형제들 친구들 이웃들 생각과 더불어 고향생각이 더욱 깊어지기만 하는 것은, 올 팔월 추석도 예외는 아닐 것이며 가신 부모님들과 그 넓은 고향집 생각이 아련하게 떠오르며 간절한데,‘오늘밤 추석에 작년의 달은 떴지만/ 작년의 나그네는 아직 돌아가지 못했네 / 내년은 어디에서 밝은 달 만나려나/ 홀로 남쪽창가에 앉아 시나 읊고 있구나.’라 읊은, 포은 정몽주(圃隱 鄭夢周)선생의‘中秋有懷(중추유회)’가 생각이 나는 것은 어인 일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