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사계절 철마다 기후가 풍경이 다르지만 삭막하고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따사한 봄여름 가을이 오는 것은, 계절의 변화는 天地自然 큰 섭리 가운데 한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봄 내음이 바람에 실려 오고 따스한 햇볕에 새 울음소리 들리고 들녘에 파릇파릇 풀잎이 돋아나자 봄은 벌써 가고 우리에게 초여름이 와 있다.
그리도 추웠던 지난겨울을 보내고 淸明을 지나 곡우(穀雨)를 앞두고 개구리 동면에서 깨어나듯, 오래 만에 慶睦會 居士林 동창들과 忠南 서해안 방향으로 山과 절(寺)과 自然과 慶睦 동창이 어울리는 아름다운 우리 땅 나들이에 간다는 淸風의 재치 넘치는 글을 받고 오래 만에 동참 하였다.
立夏를 앞두고 부터는 아침저녁으로 그래도 따사롭고 부드러운 기운을 몸으로 느끼게 되고, 낮에는 햇볕이 따사롭고 맑고 높으며 마지막 가는 늦봄 하늘을 만끽할 수 있으며, 밤에는 그래도 다소 차가운 바람 소리가 겨울과 이별의 노래를 하고, 벌써 부처님 오신 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는구나 하니, 마음에는 참으로 歲月은 流水같이 간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이른 아침 집결 장소인 광장타운이 가까우니 문득 고인이 된 종길이 생각에 잠시나마 마음이 숙연하여지며, 늘 웃는 듯 술에 취한 듯 불그레한 얼굴에 도수 높은 안경에다 흰머리가락이 유난히도 그리워지며 함께 많이 한 시간들이 새삼 그리웁다.
차에 오르니 오래 만에 보는 친구 자주 보는 친구에 몇몇 친구부인들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앞서고, 수십 년간 이어 온 모임 나들이지만 그리운 님의 얼굴을 보듯이 반가웁기가 그지없으니 同窓이란 얼마나 좋은지 새삼스레 느끼게 하는 아침이다.
예정된 시간대로 출발하니 옛 그때나 아니나 다를까 입을 즐겁게 할 군것질용 과일 과자 음료수에다 찹쌀떡이 나오고, 칠곡 휴게소에 들러 아침을 먹게 되었는데 역시 최고의 진미인 불린 콩을 찧거나 갈아서 쌀과 함께 쑨 콩죽이 나와 아직도 그 솜씨 창창하게 살았구나 하고 후딱 한 그릇비우고 더 먹었다,
말이 나왔으니 하자면, 콩이 들어간 떡이나 밥을 잘 먹지 않은 그로서는 居士林 모임으로 야외로 갈 때마다 초기에 곤욕을 치룬 것이 바로 여러 종류의 콩을 넣고 만든 콩떡인데, 오늘은 콩떡 대신에 찹쌀떡이 나와 좀 의아스러웠다, 사실은 居士林 모임에서 콩떡을 먹다보니 지금은 콩떡을 잘 먹는데 콩떡이 없어서 좀 시원섭섭하니 사람 마음 참으로 간사스럽기가 그지없다.
그동안 居士林 모임을 주도하여 이렇게 키워놓은 주인공인 林헌수와 콩떡을 잘 준비하여 오는 그의 짝 朴 여사이시다, 朴 여사는 십 수 년간 居士林이 사찰 순례 때마다 이름도 거룩한 콩떡과 아침부터 점심 저녁에다 술안주까지 세심한 배려로 준비하여 오느라고 마음 몸 고생을 많이 하여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 우리 居士林 회원들은 참으로 고마워하고 있는데 마음이 변하였는지 이번에는 찹쌀떡을 만들어 오니 이상야릇하기만 하다.
또한 居士林 발전을 위하여 물심양면 노고를 아끼지 않은 淸風 朴수길도 빼어 놓을 수는 없다, 이따금 받아보는 居士林 행사 내용을 보자면 참으로 거창하고도 거창하여 아이고 하루에 다녀 올 수가 하고 모두가 연발을 하기가 일수인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 나들이 행사계획표를 보면 까무러칠 정도이다.
아무턴 차는 출발하였고 아침은 먹었으니 가보는데 까지 가야하기에, 첫 번 들린 곳이 충남 예산군 예산읍 향천리 金烏山에 있는 香天寺이다,

香天寺는 백제 때 옛 절로, 향천사는 백제의 국운이 다할 무렵인 의자왕 10년(650년) 의각(義覺)스님이 세웠느데, 스님이 어떤 경로를 통하여 중국으로 건너가게 되었는지 모르나 의각은 당나라에 들어가 오자산에서 3년 동안 석불 3053상 및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 16나한상을 조성하였는데, 그후 중국에서 만든 부처를 돌배에 싣고 그 당시 오산현 불포해안(지금 예산읍 신암면 창소리)에 도착하여서 절터를 마련하고자 배에서 한 달 동안 지극 정성으로 예불을 올리던 어느 날, 금까마귀(金烏)한 쌍이 날아와 배 주위를 돌고 사라지기에 뒤를 밟아보니 지금 향천사 자리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를 기이하게 여겨서 주위를 살펴보니 香내음이 그윽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山 이름이 金烏山이며 절은 香天寺가 되었다고 전하여 오고 있는데, 百日紅이 붉게 핀 千佛전이 아름다우며 가을에는 단풍이 향천사 일대를 붉게 물들이는데, 하루 중 땅거미가 내리는 저녁 무렵에 찾으면 향천사의 참모습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자주 다니다 보면 배가 자주 고프기 마련인데 朴여사와 金여사가 정성껏 마련하여 가져온 점심과, 푸짐한 돼지고기에다 오징어무침으로 즐거운 막걸리를 곁들인 점심을 먹고 들린 곳은 서산에 있는 개심사(開心寺)이다,

開心寺는 충남 서산 상왕산(象王山) 자락에 위치한 개심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인 수덕사의 말사로, 개심사를 품고 있는 상왕산은 차령산맥에서 뻗어 나와 주봉인 가야봉을 중심으로 원효봉 석문봉 옥양봉 수정봉 상왕산 등의 봉우리가 아름답게 펼쳐있으며, 이곳 산의 형상이 코끼리 모양이며 옛날 상왕(象王)이 이곳에 도읍을 정하였기에 象王山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석가모니부처님이 한 때 상왕이었다는 전생이야기가 전하여지기에 불교와 깊은 관계가 있는 곳이라 여겨진다.
開心寺는 654년 백제 의자왕 14년에 혜감이 창건하여 개원사라 하였는데 1350년 고려 충정왕 2년에 처능(處能)이 중창하고 개심사로 고쳤다 하는데, 성보문화재로 보물 제1264호로 지정된 영산회괘불탱은 1772년(영조48)에 임금과 왕비, 세자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기 위하여 그렸는데 석가모니불을 본존으로 비로자나불과 노사나불이 협시하고 있고, 고려때 조성된 5층 석탑과 오동향로가 있다. 특히 지방 문화재로는 冥府殿은 조선 초기에 지어져 내부에 철조지장보살좌상과 시왕상이 봉안되어 있는데 기도의 영험이 신통하다고 하여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럭저럭 다니다 보니 오후가 되었고 제법 바람이 불고 구름이 모이니 아침나절과 다르게 날씨가 변하는 중 마지막 들릴 곳이 될 서산 浮石寺에 도착하였다.

서산 浮石寺는 영주 부석사처럼 유명하거나 큰 규모의 사찰은 아니지만, 그 창건설화와 역사는 희한하게도 영주 부석사와 똑 같이 전하여 오는데, 의상스님과 선묘낭자의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 바다에 떠 있는 부석, 소박한 사찰의 규모, 그리고 중국을 마주보는 절의 위치가 오히려 더욱더 사실감을 높게 하고 있다,
그러기에 서산 浮石寺는 뚜렷한 역사적 기록은 많지 않지만 677년에 의상스님에 의하여 창건되었다고 전하는‘극락전’의 상량기와 1330년 우리 부석사에서 조성되었던 아름다운 관세음보살님이 지금 일본의 대마도 관음사에 모셔져 있어 천년 고찰의 흔적을 확인 할 수 있으며, 얼마전 방송 신문을 통하여 알려진 불상을 도둑맞았던 불상을 일본서 다시 훔쳐와 문제가 되었던 절이 바로 서산 浮石寺이다.
조선시대 무학스님이 중창하시고, 근대에는 한국선불교를 중흥시킨 鏡虛-滿空 대선사들께서 이 도량에 머무시며 수행정진 하시었으며, 人中之龍을 길러내는 곳이라는‘목룡장(牧龍莊)’과 지혜의 검을 찾는 곳이라는‘심검당(尋劒堂)’현판은 경허스님의 글이고, 부석사 큰방에 걸려있는‘부석사(浮石寺)’현판은 만공스님께서 70세에 쓰신 글이라고 한다.
하루에 세 곳의 사찰을 들리고 나니 해가 질 무렵이 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저녁을 부석사 앞 빈터에서 저녁겸하여 또 다시 반주를 하고 차에 올라 대구를 향하여 내려오니, 날이 어두워지니 고속도로 주변의 밤경치를 오래 만에 보니 그것 또한 감상에 졌어들게 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니 오늘 하루 즐거웠고 유익하였다는 마음이 가슴 가득하게 되었다. 그러기에 自然은 이렇게 때(時)를 어기지도 않고 엇갈리지도 않으며 진실한 모습 그대로 다가온다. 그러기에 자연현상에 순응하고 節氣에 조화를 이루는 삶은, 大地처럼 厚德한 德性을 우리에게 길러 준다고 하는 것인가 본다.
생각하기에 사람은 할 수만 있다면 宗敎 즉, 믿음을 통하여 마음의 平和를 열고 學文 즉, 글을 쓰고 통하여 靈魂을 淨化시키며, 自然과 사랑하는 사람과도 交感을 이룰 수만 있다면 幸福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사람은 살아가면서 현실을 낚지 못한다면 사람은 꿈에서라도 현실 인생을 낚을 수밖에 없는 삶이라도 살아야 하기에, 그래도 그 허황한 꿈이 있어 생명 즉, 삶을 부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人生살이이며, 이 人生살이 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오늘 하루에 충남 金烏山 香天寺 龍鳳山 龍鳳寺 島飛山 浮石寺 3寺 순례에 동참한 우리 慶睦 居士林 동창들도 벌써 고희(古稀)를 맞이하였는데도, 아직은 젊음이 남아있는 듯하여 참으로 흐뭇한 마음이 들었으며, 그러기에 우리 同窓이 있고 慶睦 居士林이 있기에 행복하고 살아 있는 동안도 행복하리라 생각하며 오늘 하루 참 즐거운 하루였었다. 더욱이 오늘이 鄭정유의 고희를 맞는 날이라 더욱 좋은 날이었다, 이 즐겁고 좋은 날을 보내며 잠자리에 들려다 몇 자를 적고 보니 벌써 새벽이 되었구나, 아 참 행복한 하루였고 벗들 德에 즐겁고 행복에 겨운 하루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