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노년(老年)의 즐거움

碧 珍(日德 靑竹) 2010. 8. 20. 11:46

 

 

 

    노년(老年)의 즐거움 드맑은 가을날, 서산마루가 저무는 그 한때! 그렇게 황홀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황혼은 황홀이다. 너무나 아름답다. 마음에 사무치게 곱고 야무지다. 우리 인생의 황혼도 황홀할 수 있다. 그래야 한다. 누구나 겪을 노년은 서산마루의 노을 같기를 바라고 싶다. 저무는 것의 지극한 아름다움, 그게 바로 노을이고 황혼이듯이 우리 삶의 저묾인 노년 또한 그러고 싶다. 저무는 노을의 햇살은 아침 해돋이의 빛살에 능히 견주어질 것이다. 조금도 뒤질 기색이 없다. 일몰(日沒)의 아름다운 기운이 일출(日出)의 그것과 어금버금하다는 것, 그건 노년의 뜻을, 또는 노년의 기(氣)를 다시금 추슬러 생각하게 한다. 노년이라는 인생 황혼이 석양의 빛으로 물들고 석양의 기운으로 율동하기를 다짐하고 또 다짐하고 싶다. 그래서 노년이 마지막 성취와 결실을 향한 열정이기를 바라고 싶다. 저무는 노을은 취하도록 해맑다. 서두르지 않고 고즈넉하다. 그래서 아침노을과는 다르다. 저녁노을은 잔잔하고 차분하다. 고요하고 넉넉하다. 안존하고 평화롭기가 이를 데 없다. 그건 노년의 가장 바람직한 마음 자세와 꼭 같다. 거기에 가락이 울린다면 아다지오이다. 알레그로도 아니고 비바체도 아니다. 안단테이다. 그나마 안단테 칸타빌레이다. 노년 또한 그렇게 정숙하게, 진중하게 아름다운 가락이 그 핏줄 속에서 울림하고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싶다. 그래야 위대한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마무리하는 코다처럼 장려(壯麗)하게 숨결이 율동하는 나이, 그게 노년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다. 노년이 지향하고 이룩해낼 것이 또 있다. 그건 순연히 백발이 말해주고 있다. 흔히들 ‘성성백발(星星白髮)’ 이란 말을 노인에게 쓴다. 희디흰 은빛의 눈부신 머리카락, 그게 바로 성성백발이다. 이때 성(星)은 ‘희고 또 흰 성’ 이라고 읽는다. 그러나 누구나 알다시피 성은 원래 별을 가리키는 한자이다. 그렇기에 성성백발을 머리에 인 사람의 겉모습은 한겨울 백설에 쌓인 태산 같고 속마음은 한여름 밤 은하수의 별빛과도 같은 것이다. 노년은 높다랗게 고갯마루에 쌓인 백설처럼 장엄하면서도 밤하늘에 높이 뜬 샛별처럼 은은할 수 있을 것이다. ☞ 읽은 책, 『노년의 즐거움/김열규』에서 옮겨 씀 아다지오(adagio): 아주느리게, 알레그로(allegro): 빠르게, 비바체(vivace): 빠르고 경쾌하게, 안단테(andante): 느리게, 안단테 칸타빌레(andante cantabile): 천천히, 코다(coda): 곡의 마무리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부분.
    배경음악 : 석양/김인배(트럼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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