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지공거사(地空居士)인가(2).
그도 지공거사(地空居士)인가(2).
아침저녁 출. 퇴근시간대에 지하철을 타면 아침 무렵에는 잠이 모자라 졸거나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고, 저녁 무렵은 피곤이 겹쳐 곤히 자거나 지처서 어깨가 축 늘어져 측은하기 까지 한, 등하교(登下校)하는 학생이나, 출퇴근하는 공원. 공무원, 회사원 그리고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반면에 지하철을 타다보면 할 일없이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지나치게 늙은이 행세하거나 나이들은 늙은이들, 地空居士들이 학생이나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당연한 듯이 얼굴을 붉히면서 자리 양보를 요구하거나 언짢아하는 등 횡포에 가까운 행태를 볼 수가 있다. 그렇다면 늙은 사람, 즉 늙은이는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야 늙은이, 地空居士라 할 수 있는 것일까? 하고 자문자답하여 본다.
되돌아 생각하여보니 지하철이나 버스 내에서 눈을 감거나 폰을 조작하면서 앉아있는 젊은이들을 많이 볼 수가 있는데, 이는 어릴 때부터 자라면서 효행이나 어른에 대한 공경과 장유유서(長幼有序), 自利利他 등을 행하지 않았든 어른들을 보며 배워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기에, 이는 우리 기성세대인 노년층들이 그렇게 보여주고 키워 놓았기 때문 아닌가 한다, 좀 지나친 표현일까 하나 사실이다.
늙은 사람들, 地空居士들이 젊은 사람들에게 예우(禮遇)나 대우(待遇)를 받으려면, 늙은이는 스스로 늙은이는 사람답게 처신하고 스스로를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이제 나이가 많다는 것이 자랑이 아니라 부담스런 존재가 된지 오래이기에, 우리 사회는 유교국가 시대의 유물인 장유유서(長幼有序)는 벌서 사라졌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지난날 대접받던 노인들이 모르는 사이에 한꺼번에 폐기대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이가 들어 노년층, 地空居士들이라 하여도 서서 갈 수 있는 노년층들은 자리를 양보 받으려 하지 않아야 하고, 아이들과 등하교 학생. 출퇴근하는 노동자와 봉급생활자 등 앞에 서서 자리 양보를 강요하지도 않아야 하겠으며, 이미 자리에 앉은 노년층들이라도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먼저 자리를 양보하는 이런 솔선수범하는 장면을 보는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에게는 귀감이 되어 하지 말라 하여도 자리를 양보하게 될 것이다.
지나친 기우인가 하지만 문제는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늙은이들, 地空居士들은 출근하거나 노동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무임(공짜)승차를 할 수가 있다하여도, 늙은이들이 늙은이답지 않게 젊은이들의 출퇴근 시간대에 할 일없이 왜?, 하필이면 지하철을 그 시간대에 타는가 하고 반문하고 싶어진다.
또한 이따금 우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함부로 말하거나 경망스럽게 행동하므로 망신을 당하는 地空居士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아무튼 地空居士라 할지라도 상황을 잘 살펴보고 그에 알맞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바로 예의이고 세상 살아가는 지혜라 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세상살이를 오래 경험한 사람, 노인인 地空居士가 한발 앞서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 것이‘사람의 세상살이 지혜란 무엇일까’의 답인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의 늙음, 즉 늙은이는 인생길에서 온갖 질곡(桎梏)의 세월을 겪어 온 터라, 아량과 관용이 심연처럼 깊고 충동적이고 자극적인 말을 가릴 줄 알고 하는 지혜로움도 있기 때문에, 여유로움과 느낌의 美學에서 나오는 삶(人生)의 哲學이 보다 아름답기도 한 것이다.
어느덧 나이도 희수(稀壽)란 칠칠고개(七七嶺)를 넘어섰다, 그도 地空居士이다, 사람의 나이도 길을 닮았는지 내리막길은 한결 빠르다고들 하니 팔순 또한 금방일 듯싶으니, 평소엔 이렇듯 늙어가는 데 대한 초조감이나 서글픔을 모르고 살다가도 동창이나 동년배의 부고를 접하면 인생무상을 느끼며 세월의 덧없음에 문득 소스라치게 되는 게 사람인가보다.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니 사랑은 그리움을 가슴 깊이 절절히 느껴는 사람의 몫이라 하나, 이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보고픔의 안타까움으로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가진 사람의 몫이 아닐까한다, 사랑의 아픔을 보고픔을 그리움을 애절함을 가진 사람이나, 진솔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하고 적다보니 이 地空居士가 시인 수필가라도 된 느낌이 드니 웃음이 절로 나오는 자신을 보니 더욱 웃음이 나온다, 이런 삶이 사랑이고 행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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