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스크랩] 친구, 마음에 담아야 친구다.

碧 珍(日德 靑竹) 2018. 11. 24. 10:33

 

친구, 마음에 담아야 친구다.

 

          

 

  이른 시간에 운동하러 가다보니 바람에 휘날리는 노랑은행잎과 붉은 단풍잎 밝히며 들리는 아삭아삭하는 소리가, 오늘 아침 따라 유별나게 가슴으로 오며 자연의 섭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거슬러 갈 수 없는 법칙인가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세월의 흐름 따라 사람도 늙으며 가야할 길을 단 일초도 촌음도 지제하지 않고 가는가보다, 아주 짧은 시간도 일 년 같다는 뜻으로, 무엇을 간절히 바라고 기다리는 마음을 이르는 말인 촌음약세(寸陰若歲)란 말이 깊이 와 닿는다. 그러다보니 오랜 친구를 만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즐거움 중 즐거움이다.

 

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과 오래 만에 호젓이 박주(薄酒) 한잔하던 중 친구 왈(曰), 한 우리 동창을 두고나는 마음으로 그를 친구로 생각하고 대하는데, 그 친구는 자기를 늘 이용의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참으로 마음이 언짢아 지드라고 하며 잔을 비우기에, 친구야 우리 속담에열 길의 물속은 알아도 한 길의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게 사람이라고 하며 함께 잔을 비웠다.

 

아무튼 동창 친구의 넋두리를 듣다보니 그에게도 지난날 그보다 더한 배신감을 주었던 동창이 떠오르며 입맛이 썼었다. 우리 사람은 살면서 각자 자기마다 고유한 행태로 인생을 살아가고 살고 있는 것이다, 인생을 정리하는 끝자락인 고희(古稀)를 넘어 희수(稀壽)를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살아온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좋았던 싫었던 많은 사연들이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자라면서 유년시절. 학창시절. 학업을 마치고 사회 발을 들여 놓으면서 직장시절. 결혼으로 가정생활 등등에서 그리 후회될 일은 별로 없다하나, 살다보면 오랜 세월동안 우정이나 인간적인 배신감을 당하고도 진솔한 사과 한마디 없이 살아온 친구의 작태가 있기 마련이고, 그런 일이 어언 35.6여 년이 지나도록 잊히지 않고 이따금 그때 그 친구들의 대한 행태가 주마등처럼 마음속을 지나 갈 때가 있는 게 사람이 아닌가 한다.

 

사람의 심리는 참으로 묘한가보하다, 가난하고 돈이 없을 때에는 그렇게도 다정다감하게 다가와 친구 중 친구로 행세를 하더니, 친구의 배품과 도움으로 가내공장을 매입하거나, 직물공장 신축. 기계구입하거나, 병원 신축 등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 말들이 그렇게도 듣기가 싫었고 자신들의 자존심을 언짢게 하였는지 그들의 그 후 행태는 인간 이하였다, 그렇다면 배품과 도움을 준 친구의 자존심과 우정에 대한 배신감은 어떻게 하여야 하며 그 배상은 누가 하여 주는 것인가 되묻고 싶다. 

 

얼마 전 동기동창들과 대포 한잔하는데 지난 날 배신감을 주었던 못난 친구들의 행태를 두고, 한 싱거운 친구 왈(曰)야 일마 왜 쓸데없는 짓을 하였노하는 농담을 하여도, 그들은 지금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고 있는데, 잘한 일은 잘한 일이 될 뿐이며 그의 마음은 지금도 그들보다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아니 불망작로(不忘作勞)는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사람은 지나온 생활에서 어두웠고 부정적인 것은 잊어버리려 하고, 밝고 좋아 보이는 것은 좀 더 과장하여 지나온 세월을 미화하고픈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은 지나온 세월의 빛나고 밝았던 시절을 회상도 하지만 우울하고 어두웠던 시절은 잊어버리고 싶어 하나, 때때로 지나온 세월에 대하여 마음을 졸이는 순간들도 있기 마련이다.

 

우리 사람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조그마한 허물을 말하기나 밝히기는 어려워도 다른 사람의 허물은 침소봉대(針小棒大)하여 가면서도 말하기가 참으로 쉽기에, 돌아서서나 뒤에서나 술 안주꺼리로 삼아 남의 말을 하는 게 우리 사람이 사는 사회에서는 흔히 있는 일로 다반사(茶飯事) 일어나는 게 오늘날소갈머리가 없는’‘싸가지가 없는’‘거지 근성을 가진행태의 사람이 사는 사회가 아닌가.

 

우리 사람은 태어나 평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많은 사람과 인연관계를 맺음에 있어,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결과를 맺고 나쁜 사람을 만나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그러기에 나이 들어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면 살아오는 동안 그래도 가깝게 지내온 친구들이란 사회나 직장에서 만나 사귀어온 친구들보다는, 중.고등학교에서 同門修學한 친구들과 어울려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희비애락을 함께하며 나름대로 인생을 살았다고 하여도 빈말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다보면 본의든 아니든 법적 도덕적으로 오점을 남길 수도 있는데 이것이 삶에서 업보(業報)이다. 이 業은 사람이면 살아가면서 누구나 다 짖는 것이나 문제는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사람이 지은 業報에 대하여 이해와 관용은 항상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사람은 한마디로 말한다면‘空手來 空手去’즉,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삶(인생)인데도, 사람이 사는 세상은 여러 가지 일도 많고 어려움이나 탈도 많은 일이 자의든 타의든 자신에게나 이웃에게나 다반사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게 보통사람들이 사는 삶이라 하겠다.

 

                                                     꿈은 사라지고

 

 

출처 : 벽진산방
글쓴이 : 碧珍(日德. 靑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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