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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담박(淡泊)하게 살고 싶다.

碧 珍(日德 靑竹) 2018. 7. 17. 17:27

 

담박(淡泊)하게 살고 싶다.

 

 

오늘은 음력 유월 초닷새로 初伏이다, 닷새여 섭씨 37도를 넘나들며 체감 온도는 40도를 넘기는 폭염의 도시로 유명한 이곳 大邱는, 별칭이자 애칭으로 회자(膾炙)되는대프리카(Daefrica)다운 찜통더위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있으니 森羅萬象이 땀을 흘리고 있다.

 

그래도 새벽 五更이라 다소 시원하다, 날마다 올리는 새벽禮佛이라 여느 때처럼 올리는 중 다음 來世에서도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인연들 모습들이 떠오른다, 그가 부처님께 매일 올리는 예불하는 마음은 외모님 부모님의 極樂往生을 기원하고 가족과 소중한 인연들의 안녕을 위하여 부처님의 가피(加被)를 바라는 마음이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히 살다가보니 어언 山川이 칠십하고도 다섯 번이나 바뀌었다.

 

새벽예불을 마치고나니 문득 아이들 모습이 스쳐지나 가드니 떠올라 적어본다,

 

해지면 하루 날이 가듯이 해 뜨면 또 새날이 오듯이

   날 날 마다 변하는 마음은 언 듯 지나가는 바람인가

   담박하게 사는 게 무엇이기 이리도 어렵기만 하는가

   백 년도 못 사는 우리 인생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랴. 적고보니 그렇다.

                                              * 담박(淡泊); 욕심이 없고 순박하다.

어느 누구나 사람으로서 살아온 지난날들은 참(眞實)과 거짓(妄覺)이라는 물레방아의 양축으로 알게 모르게 살아 왔다는 것은, 참과 거짓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면서 사는 게 우리네 인생이기에 누가 누군가 참되게 살았느냐 거짓(위선)으로 살았느냐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지금 현실을 보면 사람들은 자신은 초연하고 고고하고 참된 삶을 살았다고 산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모르고 사는 우리네 삶이, 이웃이나 남이 잘되는 것을 기뻐하여주기보다 도리어 시기나 질투나 심지어는 깎아 내리기를 즐겨하는 부류의 사람이 생각하기보다 많은 게 또한 우리 인생이란 무대라 하겠다.

 

古稀를 넘긴 이즈음도 살다보니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 사람이나 이 친구 저 친구 만나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도 있는 가운데, 그리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여럿이 어울려 만날 때는 불가피하게 자리를 함께 하기도 하는 게 우리 인생이다. 아무튼 古稀를 넘긴 나이라 하지만 상대방을 소문이나 남의 말로 듣기 보다는 서로 교류를 하며 사귀어 보아야 상대방을 알 수가 있는 게 사람이기에, 그러기에물은 건너보아야 알고, 사람은 지내보아야 안다고 하듯이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는가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상대방 누군가를 대하고 판단할 때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또 어떤 단체를 판단할 때도 그 단체의 유명세를 먼저 떠올리고 평가를 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우선 눈에 보이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대다수가 그러하다.

 

우리의 옛 시조에 고려에서 조선의 개국 공신이 된 星山府院君 이직(李稷)은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 소냐

  아마도 겉 희고 속 검은 것은 너뿐인가 하노라.라고 노래하였고,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희고 흰 깃에 검은 때 묻힐세라

  진실로 검은 때 묻히면 씻을 길이 없으리라.라고,

 

조선 광해군때 선우당이 동생이 조정에서 벼슬하는 것을 말리며 지은 글이다.

 

옛 시조에 나오는 말로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까마귀 우짖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라는 것도 이를 경계한 것이며, 그러기에 검은 것을 가까이 하면 검어지고 흰 것을 가까이 하면 희어지는 것처럼, 어떤 사람의 성향을 알려면 그 사람이 어울리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말도 이와 상통한다고 하겠다. 즉 사람들은 끼리끼리 만나고 비슷한 사람끼리 노니는 것을 일러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 한다. 

 

일찍이 孔子께서는진실한 친구는 직언을 꺼리지 않고 언행에 거짓이 없으며, 지식을 앞세우지 않는 벗이니라. 해로운 친구는 허식이 많고 속이 비었으며 외모치레만 하고 마음이 컴컴하며, 말이 많은 자이니라라고 하신 이 말은 어떤 벗을 사귀어야 하는 가에 대한 올바른 견해를 제시하여 준 말씀이다.

 

또한 석가모니가 출가하여 중생을 구할 때까지의 과정을 스스로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설명한 佛敎經典 인과경(因果經)에 좋은 벗이란상대방의 잘못을 보면 일깨워 주고. 좋은 일을 보면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괴로움에 처했을 때 서로 버리지 않는 것이라 하였듯이, 사람이 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상대방에게 좋은 벗이 되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음은 참으로 복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이따금 스쳐가는 바람소리에도 너희들이 보고플 때가 있단다, 兒孩들아, 부모와 자식이란 천륜(天倫)의 연(緣)이 가족 관계이다, 천륜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별로 없으나 그 중의 하나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 천륜으로 맺어진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어떤 것으로도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깊고도 애틋하단다.

 

兒孩들아, 아빠는 그래도 福이 있는지 情 많고 속 넓고 깊은 좋은 사람이 있어 인생 황혼녘에서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어 편안한 마음 그지없구나, 인생여정 끝 무렵에 그래도 외롭게 늙어 가는 곁에 머무르며 이해하여주고 벗이자 伴侶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행운이자 복이 아닐 수가 없기에 늘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게 지금의 아빠의 自畵像이다.

 

 

 

      

   

               

 

 

출처 : 벽진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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