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梅花, 춘서(春序) 으뜸이다.
梅花, 춘서(春序) 으뜸이다.
어느새 우리 곁에 소리 없이 살포시 봄이 와 있다, 어수선한 세월이 우리 사회가 대내외적으로 이 저 사건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다보니, 계절을 느끼는 우리의 마음마저 무감각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게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다.
우리 다소 춥다고 느껴 지드래도 훌훌 털고 밖으로 나가보자, 들판에 나가보면 농부들도 농사준비에 바쁘고 병충해 예방을 위하여 논두렁 밭두렁 태우기에 한창이며, 양지바른 들길 산길에는 푸름이 비치고 해ㅅ볕드는 모퉁이는 벌써 봄꽃들이 움 트고 있고, 몸을 잔뜩 움츠리게 하였든 한겨울 추위가 언제 풀릴까 하였지만 햇살을 받아보면 어느덧 봄은 우리에게 다가와 내 앞에 기다리고 있기에,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봄이 생명들을 잉태하듯이 끝없이 반복 계속되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매화 꽃술 사람 마음 간질이며, (梅蕊觸人意 ,/ 매예촉인의) 추위 무릅쓰고 흰 눈 같은 꽃도 피웠네, (冒寒開雪花 ,/ 모한개설화) 아리따워라 저녁 물가에 바람이 이니, (謠憐水風晩 ,/ 요련수풍만) 한닢 두닢 물가 모래밭에 꽃이 지네. (片片点汀沙 ./ 편편점정사)
위 詩는 송나라 시인 황정견(黃庭堅)이 승려화가 花光의 梅花 그림에 붙인 것이다. 꽃은 화사하게 핀 모습도 곱지만 꽃잎이 펄펄 바람에 날리면 이를 보는 사람에게도 또 다른 감흥을 불러 일게 한다. 이를 때면 봄에 피는 꽃구경하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맑고 향기로운 故鄕山河 내음을 가슴 가득하도록 마셔보고 싶어진다.
근래 들어 봄은 여성들의 얼굴과 의상에서 먼저 온다고 하지만 梅花가 피면 우리 봄이 왔다고들 한다, 梅花는 복숭아꽃과 봄날을 다투지 않는다는 말처럼 봄이 되면 梅花가 먼저 피는 꽃이다, 즉 봄꽃이 피는 순서를‘춘서(春序)’라고 하는데 梅花가 그 으뜸이다, 梅花는 모진 겨울 추위를 이기고 홀로 꽃을 피운다 하여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 정신의 표상으로 삼았으며, 또한 겨울에 홀로 피어 봄이 올 때까지 그윽한 향기를 풍기는 격조 높은 꽃으로 선비의 사랑 받아왔기에, 옛날 선비의 사랑방 앞에는 梅花 화단이 배치되고, 뒷마당에는 대나무(竹)와 소나무(松)를 심었기에 이 셋을 선비의 겨울 친구로 생각하여‘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여왔었다.
梅花는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부터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여 3월 말이면 우리지역에까지 꽃 소식을 알리는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하는데, 겨울에 핀다고‘冬梅’, 봄이 온 것을 제일 먼저 알린다고‘春告草’, 눈 속에서 핀다고‘雪中梅’, 고운 자태와 맑은 향기를 높이 사서‘玉梅’등으로, 봄에 피는 매화인 古友, 섣달에 피는 매화인 납월매(臘月梅) 등의 이름도 있듯이 별명이 많은 꽃이다.
梅花는 사람에게 여러모로 좋은 꽃으로 열매 또한 유익하다, 梅花의 열매인 梅實은 장아찌. 발효농축액, 술. 차 등을 만들어 먹는 등 다용도로 그 쓰임새가 많은 유익한 열매이다, 梅花는 많은 씨를 퍼뜨린다고 多産의 상징으로, 어린 시절부터 사이좋은 연인이나 부부를 뜻하는‘靑梅竹馬’라는 말처럼 변함없는 사랑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또 잎사귀로 정월 초에 한 해 운수를 점쳤고, 꽃이 많이 피는 해는 풍년이 들고, 열매가 많이 열리는 해는 논농사가 잘된다거나, 꽃이 땅을 향해 피면 비가 많이 온다는 속신(俗信)도 있었다. 어린 가지는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 하여 제사를 지낼 때도 쓰며, 가지로 지팡이를 만들어 악귀를 쫓는 데도 썼다고 전한다.
바람결에 실려 오는 봄 내음, 따사한 봄 햇볕, 새소리 그리고 들녘에 파릇파릇 풀잎과 수양버들이 푸르러지면 봄은 벌써 그곳에 와 있다. 그래서 당나라 두보(杜甫)는‘바람 따라 밤중에 몰래 숨어 들어와 촉촉이 소리도 없이 만물을 적셔주는 봄비’를 반겼고, 청나라 장유병(張維屛)은‘천둥소리에 봄이 깨어난다’고 했다. 이제 모두들 활짝 가슴을 열고 봄 내음 맞이하려 山河로 나가보는 것 또한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古木이 봄을 만나듯이.
주위의 고용함을 오래 만에 느끼며 자리하고 누워서,
천정을 쳐다보니 흐른 歲月 다가와 萬感이 교체하니,
現世 喜悲哀樂 가슴으로 새기면서 올 날들 그리다보니,
어이 살아갈까 想念에 잠기는데 언 듯 때 이른 봄바람에,
古木이 봄을 만나듯이 물오르고 꽃을 피우게 될런가,
차창에 비친 행복을 머금은 자상한 그, 눈에 선하다네.’
라는 2015년 3월에 쓴 낙서가 생각나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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