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鄕은 부모님 품이다.
올 양력 8월 7일은 특이 하게도 立秋이자 末伏이 겹치는 오늘인데도 우리가 사는 지역 날씨는, 매일 34~5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찜통을 방불케 하기에 밤낮을 견디기가 어려우기에, 이따금 소나기라도 한줄기 적선하는 셈치고 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아무리 덮고 견디기 어려워도 앞으로 이주일 지난 다음날에 處暑가 오고 다시 秋分이 오듯이, 일년 365일 안에서 세월은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돌고 도는 것이 자연섭리에 따른 세월(歲月)인 것이다.
해마다 고향집 뒤 언덕에 복사꽃이 피어나고 질 무렵이면, 가신님들 생각으로 그리움에 애절한 가슴으로 살아 계실 그때를 생각합니다. 小子에게 마지막말씀을 마치고 가시던 순간까지 함께 지나왔었던 시간들이 가슴을 스쳐 지나가며 부모님이 그립습니다, 님들을 향한 그리움과 아쉬운 마음으로 나이든 지금도 크고 깊으신 사랑의 족적을 느끼며, 따라 갈 수 없는 무량한 사랑임이 절절히 가슴에 와 닿습니다.
살면서 늘 들어도 정다웁고 그리운 말 중에‘고향(故鄕)’이란 말보다 가슴에 와 닫는 말이 있는가, 어머님의 품속같이 느껴지며 향수(鄕愁)를 일게 하는 말이다.
지난날 나그네 타향 살 때엔, (昔年爲客處,석년위객처)
그림 한 장보고 도 고향이 그리워 졌다네,(看圖懷古山,간도회고산)
지금은 고향에 돌아 와서 사는데, (今日還山柱,금일환산주)
내가 사는 이곳이 바로 그림만 같다네. (儼然圖畵間.엄연도화간)
라고, 明나라 서분(徐賁)이 지은‘제 진여언산거도(題 陳汝言山居圖)’이다.
고향을 떠나 산 설고 물설고 인정 풍속이 모두 다 낯선 타향에 사는 사람에게는 고향의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사연들은 많기도 하다. 아쉬울 것이 없는 시설을 갖추고 갖가지 문명의 이기(利器)로 편리하고 편안하게 살아 갈 수 있는 현대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이 시대 사람들도, 고향이란 말만 들어도 무엇인가 아쉽고 그립고 불현듯이 지난날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자연스러운 모습인가 보다.
고향을 잠시나마 떠나 객지를 떠돌던지 떠나 사는 사람에게는 고향은 꿈에서라도 그리운 곳이라 찾아가는 곳이며, 고향 사투리와 고향 음식은 객지에서도 그리움과 반가움의 대상이듯이, 부모님과 따로 살던지 산거에 계시던지 자식인 사람에게는 늘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살아 있어 그립고 보고프고 아쉬움의 대상이며, 효심이 깊은 사람에게는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향한 마음은 일각이 여삼추(一刻 如三秋)같이 못내 그립고 아쉬운 분들이다.
고향(故鄕)이란 사전적 의미로 태어나 자라난 곳 또는 제 조상이 오래 누려 살던 곳이나, 늘 마음으로 그리워하거나 정답게 느끼는 곳이라고 쓰고 있으며, 유의로 가향(家鄕), 고구(故丘), 고리(故里), 고산(故山), 고원故園), 고향땅 (故鄕-), 관산(關山) , 구리(舊里), 구향(舊鄕), 모향(母鄕), 시골, 재리(梓里), 전리(田里), 향관(鄕關), 향관(鄕關), 향리(鄕里) 등도 같은 뜻으로 사용 하고 있다.
세월이 무심하게 흘러가기를 더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생각과 고향에 대한 향수가 깊어만 지기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사람이나 고향에 못가는 사람은 나름대로 마음은 부모님 생각과 고향생각으로 씁쓸하기 마련이기에, 큰 아해는 산거(山居)를 찾거나 사찰(寺刹)에 가서 명부전(冥府殿)에 들려 기도하고 오는 것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에게는 고향은 꿈에서도 찾아가는 곳이고, 고향 사투리와 고향음식은 객지에서도 그리움과 반가움의 대상인 것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물고기나 새나 들짐승들도 귀소본능(歸巢本能)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이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는 것을 반포보은(反哺報恩)하는 까마귀에 비유한 글과 이야기가 많이 전하여 온다.
그러기에 까마귀는 털빛이 검을 뿐 아니라 울음도 흉측하여 '死亡의 前兆' 로 온 세계가 알려진 만큼 흉조(凶鳥)로 인식되어 있으나, 그러나 까마귀는 어미가 늙으면 먹이를 물어다가 봉양(奉養) 한다(反哺報恩)는 새로,‘반포조(反哺鳥)또는 효조(孝鳥)’라고도 불리 운다.
오늘 이 새벽에도 故鄕山川이 눈에 선하며 마음속 깊이 고향산천과 竹馬타던 동무들이 가슴 가득이 와 담긴다. 근래 들어 세월 탓인가 나이 탓인가 잠자리에 들면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산천이 소꿉(불알)동무 竹馬故友들이 자주 나타나고 그립고 보고파진다.
흰 찔레꽃이 온 들과 방천 둑에 피고 온 백성이 굶주림을 걱정하는 보릿고개가 어김없이 다가오는 봄이면, 산과 들에 나물 캐는 아낙네와 여자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뫼(山) 가에 붉은 할미꽃과 연분홍 보랏빛 참꽃(진달래)따려 해매이고 들에 파릇파릇한 풀들의 새싹이 돋고 나면, 山과 들녁은 완연히 푸르고 녹음이 짙어 가면 여름이 찾아오고, 앞 시내가 수양버들이 연 녹색 가지를 물위에 드리우고, 뒷골 못으로 고추를 내어 놓고 미역(수영)감으로 다니며 수박서리도 하며 즐거워하던 불알동무들이 그리웁고 보고파진다.

연보라 빛 흰 들국화가 들녘에 내음을 널리 휘날리고 논밭이 누렇게 빛을 발하며 나락(벼) 밀이 머리가 무거워 고개를 숙이는 가을이 오면, 논두렁이나 밭두렁에서 남몰래 양대(콩의 일종). 누렁호박과밀 싸리에다 능금서리 하던 그 시절도 잊을 수 없이 회상되고 한다, 어느 날 자고나면 온 천지가 흰 눈으로 덮이고 초가 처마 끝에 고드름이 열리며 입에서 하얀 김이 나는 겨울이 되면, 물을 가득채운 논으로 못으로 썰매를 지치다가 논두렁 가에서 짚불을 놓아 시린 손을 쪼여 녹이던 그 시절 죽마고우들이 그립다네, 아니 보고 싶어진다.
또한 지금도 향수에 젖는 것이 잊을 수 없는‘보자기 책가방’이다, 우리네가 학교에 다니던 그 때는 시골에서는 거의 대다수가 도시에서는 상당한 수의 학생이 애용한 것이‘보자기 책가방’이었기에, 지금도 잊히지 않은 것이 보자기 책가방이 생각나며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과 그때의 모습이 노년을 들면서 세월에 묻어 갈수록 더욱 그리워지고, 그 당시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에 향교 콩나물교실 바닥에 앉아 공부하던 향수에 대한 설렘임이 참으로 그립다고 할까, 왜 이러히도 이 새벽에 그 때가 생각나는지 고향이 그리웁다.
세상이 변하고 변해도 물질문화가 정신문화를 앞질러 간다하여도 변할 수 없는 것은 父母에 대한 孝行이다. 우리는 어데서 누구로부터 이 몸을 받아 이 세상에 왔는가, 인연 중에 부모와 자식의 만남은 참으로 고귀하고 중한 인연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눈을 감고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면 과연 효자였을까 하는 마음이 일어나면, 부모님에 대한 마음은 한 없이 죄송스럽고 송구스럽기만 한 마음이다.
‘오빠야, 이제 잊고 묘소에 자주 가지 말아요, 이제 잊으면서 연(緣)을 끊고 놓아 주어야만 極樂往生할 것 아닌가요’하며 역정을 내던 막내 여동생 淑이의 말이 새삼스럽게 떠오르나, 이해하기가 어렵겠지만 고희(古稀)의 나이에도 늘 외할머님 父母님이 보고 싶고 그리움에 잠겨 우거(寓居)에서 한 동안 시간을 보낼 때가 이따금 있다.
오늘도 서울행 KTX에 올라 낙동강 철교를 지나면서 차창 밖 전개되는 아침 안개와 들녘 논밭에 오곡을 보면서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하게 하겠지, 그러면 어린 시절 고향 星州집과 논밭의 풍경이 떠오르며 외할머님의 인자하신 웃음과 일꾼들에게 고함치던 모습에다 농사 애기가 귀전에 맴돌아 가슴을 아려오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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