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스크랩] 외길 六十年을 훌쩍 보내고 보니.

碧 珍(日德 靑竹) 2010. 10. 30. 08:12

 

 

 

외길 六十年을 훌쩍 보내고 보니.

    

 

                                                 암자에서 스님과 法友들 

  

立秋 지나자 이내 末伏마저 엊그제 자나는데 우리가 사는 지역 날씨는, 매일 35도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찜통을 방불케 하기에 밤낮을 견디기가 어려운데 이따금 소나기라도 한줄기 적선하는 셈치고 왔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아무리 덮고 견디기 어려워도 앞으로 이주일이 체 안 되어 處暑가 오고 다시 秋分이 오듯이, 一年 365일 안에서 세월은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돌고 도는 것이 자연섭리상 세월(歲月)인 것이다.

 

당나라 권덕여(權德與)는 하지(夏至)를 소재로 하여 詩를 읊으며, 24절기 가운데 하나로 이날이 되면 낮이 가장길고 상대적으로 밤이 가장 짧다고 하는데, 이 말을 되새겨보면‘모든 사물(사람)은 극도로 흥성하면 그때부터 기울거나 시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란 말이 나왔으며, 흘러가는 세월을 탓만 하지 말고 그 세월 속에서 잉태되는 사안들을 잘 보듬어야만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였던 가까운 실례로 지난 대통령이란 사람들을 한번 돌이켜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勿謂寸陰短 (물위촌음단)/ 잠깐의 시간이 짧다고 하지 말라

  旣過難再獲,(기과난재획)/ 한번 지나가면 다시 얻기 어렵다.

  勿謂一絲微 (기치난재백)/ 실 한 가닥 미미한 것이라 말하지 말라

  旣緇難再白,(기치난재백)/ 한번 검게 물들면 다시 희어지지 않는다.

 

라고 청나라 주경(朱經)이 책기(責己)에서 한 말이다.

 

우리나라 각 가정의 父母들이 근면독학(勤勉篤學)을 훈계(訓戒)하고 권면(勸勉)하기 위하여 자주 인용하는 주희(朱熹)선생의 偶成時(우성시) 한 구절에‘소년은 늙기 쉽고 배움은 이루기 어려우니, 한 치의 시간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少年易老 學難成, 一寸光陰 不可輕)’고 하였듯이, 시간은 한번가면 생애(生涯)에서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옛날 道를 깨달은 사람은 곤궁(困窮)하여도 즐겁고 영달(令達)하여도 즐거웠는데, 즐거워하는 것은 곤궁이나 영달이 아니고 道를 깨달으니 곤궁과 영달은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呂氏春秋 孝行覽 愼人(신인)에서 말하고 있는데, 오늘날 物質文明에 찌들어 있는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는 말이다.

 

 

道는 宇宙를 관통하는 不變의 價値요 無限의 存在이다, 이에 비하면 사람의 一生은 준마(駿馬)가 문틈을 스쳐 지나가는 것만큼이나 짧고, 사람이 一生을 겪고 누리는 富貴榮華나 辛酸苦楚(신산고초)는 모두가 한순간의 일이요, 부질없는 집착(執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과도 같다.

 

그러기에 莊子는‘아는 것은 끝이 없는데, 우리의 삶은 끝이 없다’라고 하였으며, 孔子도‘富貴는 나에게 뜬 구름과 같다’하였듯이, 사람은 높은 곳에 올라서 큰 눈으로 世上을 바라 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어찌 티끌세상의 궁달(窮達)에 얽매여 살아가l 않는다고 한다.

 

사람은 태어나 죽고 사는 것을 윤회(輪廻)로 보거나 부활(復活)로 말하기도 하나, 연결(連結)되는 하나의 과정으로도 설명할 수 있기에, 삶(生)과 죽음(死)은 둘이 아니고 하나인데, 우리 사람들은 이를 둘로 떼어놓고 삶에만 집착하고 죽음은 부정하고 사는 게 사람이기에 幸과 不幸이 생기는 것이다.

 

즉 삶이란 죽음의 한 과정이요, 죽음이란 삶으로의 시작이니, 누구라서 그 규율을 알 수 없는 것이기에, 莊子가 莊子 知北遊(지북유)에서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을 氣의 모임과 흩어짐으로 설명하려 하였듯이, 氣가 모이면 살고 氣가 흩어지면 죽는다고, 죽고 사는 것은 氣의 취산(聚散)현상에 지나지 않는 다고 하였었다.

 

한 사람으로 父母님의 크나 큰 恩德을 입어 태어나 시간과 삶에 대하여 이런 저런 생각으로 살다보니, 중국의 도연명(陶淵明)이 그의 歸園田居에서‘티끌세상에 잘못 떨어져 후쩍 三十年을 허송 하였네’라고 읊었는데, 생각하여보니 늘그막에 세상의 어지러움과 온갖 곤란을 겪게 되는 白首風塵(백수풍진)世上을 벌서 외길 六十年을 지나 보내고 나니, 世上事 人間事 쉬운 삶이라 하기보다, 어렵고 세월에 끌려 살아 왔다는 회한(悔恨)이 휴복(休福)보다도 가득한가 보니 하잘 것 없는 한 사람이었나 보다.

                                     日德 碧珍 呂光世.

 

 

 

      

 

 

 

출처 : 碧珍(벽진)
글쓴이 : 碧珍(日德. 靑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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