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문. 편지글.

호(號)와 자(字), 그리고 이니셜(initial).

碧 珍(日德 靑竹) 2010. 7. 11. 13:05

호(號)와 자(字), 그리고 이니셜(initial).

 

 

 

 

유장(悠長)한 세월을 두고 말하자면 변화하는 것이 별로 없을 것 같지만, 우리들 삶의 주변을 두러 살펴보면 시시각각 변하지 않는 것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 변화에 잘 대응하면서 그 속에서 변하지 않는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삶의 의미라 하겠으며, 그래서 한비자(韓非子)도 그의 저서 오두(五蠹)편에서 세상의 변화에 맞추어 함께 변화하여간다는 뜻을 말하고 있다.

 

예기(禮記) 곡례(曲禮)에 보면 男子는 20세가 되면 머리에 관(冠)을 쓰는 관례를 하고 자(字)를 지으며, 女子는 혼인을 약속하며 비녀를 꽂는 의식인 계례(笄禮)를 하고 자(字)를 짓는 다고 쓰여 있는데, 즉 자(字)를 짓는 것은 그 이름을 공경하여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호(號)를 짓는 방법에 대하여 字는 차수(次修)-재선(在先) 號는 초정(楚亭)-위항도인(葦杭道人) 박제가(朴齊家)와 字는 무관(懋官) 號는 형암(炯庵)-청장관(靑莊館) 이덕무(李德懋)의 문답이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나오는데, 가장 흔한 방법은 자신이 태어나 故鄕의 地名이나 山 이름 또한 자신이 오래 동안 살아왔었던 지역의 地名을 따서 지는 方法이다.

 

또 다른 방법은 그 사람을 오래 동안 지켜본 친구나 선배 또는 스승이, 그 사람의 특징적인 기질을 잡아내어 이를 號 로 짓는 방법이 있으며, 또 다른 방법은 그 사람의 기질이 음양오행상으로 보아서 어떤 부분이 많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먼저 파악하여, 강한 부분은 눌러주고 약한 부분은 보강하여 주는 陰陽五行法으로 짓는 방법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號를 사용한 사람은 원효(元曉)대사로서 三國史記에 보면 원효(元曉)가 환속하여 自號를 所性居士라고 하였다고 전하며. 그리고 임금으로 號가 있었는 正祖는 홍재(弘齋)이니 그의 문집이 弘齋全集인 이유를 자연히 알 수 있으며, 또 태조 李成桂는 재위 7년 동북면 도선무순찰사 鄭道傳에게 君臣관계를 뛰어 넘는 친근감의 표시로 송헌거사(松軒居士)명의로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인지 우리 주변에는 유력 政治人들이 영어 initial(머리글자)이나 이름으로 부르는데, initial은 무의한 발음체계에 불과하고 성인이 부르기에는 민망하다, 그래서 문인이나 예술가 따위의 號나 別號를 높여 이르는 말인 아호(雅號)를 사용하면, 서로 말을 조심할 것이니 그 만큼 우리 정치의 품격을 높여 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애당초 號는 世上에 뜻을 잃은 은자(隱者)들이 이름을 감추기 위하여 지어 졌다고 한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 computer의 발달로 site-cafe 에서 활동하는 netizen들이 이름 대신에 nickname(ID))을 쓰고 있으니 現代版 字나 號라 할까 참으로 irony 한 일이라 하겠다.

그 유례로 漢나라 高祖가 漢나라 부흥에 공이 있어서 동원공(東圓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錄里先生) 4분을 불렀으나,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고 漢書 왕공량공포(王貢兩龔鮑)列傳에 기록하고 있다. 즉 누구나 號를 갖게 되면서 號를 부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 주변을 보면 이이(李珥)는 밤골(栗谷)마을인 栗谷里에서 태어나 栗谷이라 하였고, 徐敬德은 그가 제자들을 가르쳤던 곳이 연못이름이 화담(花潭)이었기에 花潭이라 하였으며, 許筠은 그가 태어나 강릉의 교산(蛟山)을 따서 蛟山이라고 하였으며, 또 연암 朴趾源은 그가 오래 살았던 황해도 금천에 있는 연암협의 연암(燕巖)을 따서 燕巖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생각하기에 대체로 號는 사는 집이나 마을 또는 山이나 河川(江) 등을 가지고 짓는 등 作號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는 듯하다, 그러기에 尊名 思想의 유물인 字와 號를 40세가 넘으면 號를 하나 가지는 것도 좋은 일이라 하겠다.

 

Ps.

號(호)는 본명이나 자(字) 이외에 쓰는 이름으로. 허물없이 쓰기 위하여 지은 이름으로 비슷한 말로 別名을 말한다.

雅號(아호)는 문인이나 예술가 따위의 號나 別號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字(자)는 본명(本名)외에 부르는 이름으로, 예전에 이름을 소중히 여겨 함부로 부르지 않았던 관습이 있어서 흔히 관례(冠禮 뒤에 본이름 대신으로 불렀다.